<19> 패션산업에 IT를 더하다

▲ 의류에 자동 발열 기능을 부착함으로써 레저 환경에 따라 자유로운 온도 제어가 가능하고 공간 제약도 최소화한다.
▲ 의류에 자동 발열 기능을 부착함으로써 레저 환경에 따라 자유로운 온도 제어가 가능하고 공간 제약도 최소화한다.
▲ 의류에 스마트 모듈을 장착해 스마트폰의 연계를 통해 휴대폰 앱으로 현재 미제먼지 농도와 그에 따른 대처상식 등을 제공한다.
▲ 의류에 스마트 모듈을 장착해 스마트폰의 연계를 통해 휴대폰 앱으로 현재 미제먼지 농도와 그에 따른 대처상식 등을 제공한다.
▲ 패션업계 전반의 AI 기술 접목은 IT 관련 인프라 구축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별로의 트렌드 분석, 스마트팩토리 등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꼽힌다.
▲ 패션업계 전반의 AI 기술 접목은 IT 관련 인프라 구축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별로의 트렌드 분석, 스마트팩토리 등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꼽힌다.
▲ 알고리즘과 패션 담당자와의 융합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맞춤형 옷과 악세서리 등을 추천하고 원스톱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이 각광을 받고 있다.
▲ 알고리즘과 패션 담당자와의 융합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맞춤형 옷과 악세서리 등을 추천하고 원스톱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이 각광을 받고 있다.
▲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머리모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헤어 스타일링 체험 서비스가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머리모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헤어 스타일링 체험 서비스가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옛말’이 품은 함의. 추억 속 아스라이 점철된 편린일 수도, 시쳇말로 인생사 왕년이라 거드름피울 수 있는 그 시절 클라이맥스쯤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공통된 것은 그저 곱씹어야만 느낄 수 있는 빛바랜 영광이라는 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섬유’는 대구의 아이덴티티 였다. 일제강점기 섬유공장의 대대적 유입으로 대구의 섬유산업은 각광 받기 시작했다. 특히 ‘경제5개년 계획’의 절정이었던 1970년대, 섬유산업은 지역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가일 층 박차를 가해온 섬유산업은 1990년 한 해에만 약 150억 달러 치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전체 한국 수출량(650억 달러) 대비 25%를 차지할 만큼의 놀라운 수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때까지였다.

최근 섬유산업의 수출 성적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섬유산업 수출액은 140억 달러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결과지를 수용해야만 했다. 30년 전보다 되레 역행한 수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세계수준의 패션 부흥은 먼 나라 얘기로만 치부되기 일쑤.

섬유산업의 쇠락 원인은 다각도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급작스런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 환경의 하릴없는 퇴보가 선으로 꼽힌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최근 섬유산업 재건의 기치를 앞세운 대구의 가열찬 행보가 꽤나 가시적이다. ‘섬유도시’라는 옛 명성을 오늘날로 계승하기 위한 이른바 ‘밀라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나선 것.

세계 패션의 메카로 일컬어지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노하우를 그간 쌓아올린 대구의 섬유기술에 접목, 1970~19080년대의 영광을 재현해내겠다는 포부다. 프로젝트에 관한 설왕설래를 거듭하고는 있긴 하나 한 줄 남은 끈마저 놓아버리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 바로 시의의 문제다. 4차 산업혁명의 범람으로 산업과 IT의 초연결 산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점임을 놓쳐선 안 된다. 시의를 거스른 진부한 발전계획은 자칫 모색으로만 그칠 공산이 크다. 시발점이라 믿어보자. 예전의 영광은 기대하되, 그 옛날의 구태는 청산해야 함이 마땅하다.

패션과 IT는 떼려야 뗄 수 없고, 아울러 분리해 놓고 봐서도 안 될 노릇이다. ‘IT 강국’의 캐치 프레이즈와 섬유산업의 메카로 명성을 쌓아올린 대구의 노하우는 응당 보기 좋은 궁합이다.

단순 명맥 이어가기에 그쳐선 안 된다. 청년들의 열정, 그리고 발군의 실력과 경험을 지닌 지역 섬유업계와 인공지능의 만남을 이번 연재를 통해 주선해 볼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염색부터 유통까지 ‘원스톱서비스’

명동과 더불어 대한민국 패션 일번지로 일컬어지는 동대문이 최근 ‘패션 클러스터’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국내 고도화된 IT 기술력을 패션과 융합한다는 것인데 일감을 공동수주하고 생산하는 원스톱 네트워크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원리는 이렇다. 개별 니즈에 따른 주문 완료 시 원단 수급서부터 디자인에 이르는 생산 전 과정을 하루 내 완성해 낸다는 이른바 ‘IT 패션 모멘텀’. 여기에는 염색, 원사, 유통까지 아우를 수 있는 국내 기술력이 십분 투영된다. 이 같은 환경이 자리 잡을 수 있다면 20%에 가까운 비용 절감 효과와 수출경쟁력 제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유수의 IT업체와 패션업계의 융합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5G 패션 스마트팩토리’의 이름으로 기존 천편일률적 작업환경 타파를 통한 생산성 제고에 방점을 찍는다. 여기에는 AI와 빅데이터의 기반으로, 생산 시 효율성 극대화와 실시간 유행 예측을 영위, 소비자로 하여금 취사 선택간 혁신과 편의의 장을 제공하는데 그 의의를 둔다.

이를 위해선 5G 지능형 로봇 개발과 네트워크 환경 구축, IT 관련 인프라 구축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별로의 트렌드 분석, 스마트팩토리를 근간으로 한 패션업계 전반으로의 AI 기술 접목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꼽힌다.

이 밖에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개별의 머리모양을 선 확인할 수 있는 헤어 스타일링 체험 서비스와 AR 기반의 주얼리 체험, 취향에 맞는 패션 선택을 용이케 하는 의류 디자인 프로그램 등이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담금질에 매진하고 있다.

AI와 사람의 콜라보도 적지 않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의 한 패션업체에서는 알고리즘과 패션 담당자와의 융합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맞춤형 옷과 액세서리 등을 추천, 원스톱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300여만 명의 고객 유치에 성공한 이 업체는 지난해에만 1조5천억 원에 이르는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등 패션과 IT 연계산업의 성공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몸에 IT를 입어보자

패션과 IT의 만남은 스마트의 이름을 딴 ‘스마트 웨어’로의 등장을 예고했다. 신변잡기와 환경에 따른 ‘적절한 패션 창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 바로 그 것이다. 특히 미세먼지의 범람으로 외출에 소극적인 소비자들로 하여금 의류에 스마트 모듈을 장착, 장착된 모듈과 스마트폰의 연계를 통해 휴대폰 앱으로 현재의 미제먼지 농도와 그에 따른 갖가지 대처상식 등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레저에 최적화된 의류도 IT의 시류를 피해갈 수 없다. 자동 발열 기능을 의류에 부착, 레저 환경에 따라 자유로이 온도를 제어할 수 있어 공간 제약을 최소화한다. 세탁도 기존 의류와 같은 물세탁 등이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진다.

패션과 크라우드 펀딩의 만남도 꽤나 흥미롭다. 고객과 브랜드는 개별이 아닌 ‘상생’의 모토를 둔 이른바 ‘윈윈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펀딩의 성패에 의거, 수용예측이 가능해져 예기치 못한 재고 생성 등의 갖가지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 소비자는 브랜드 자체로의 이미 걸러진 양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평가.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비자에게 브랜드 디자인을 미리 공개한 후 정해진 기간으로 목표 금액이 기간 내 채워질 시, 생산과 유통에 따른 유용 자금을 확보·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금액 충전은 오롯이 고객의 니즈에 의거해 이뤄진 만큼 그만큼의 실패확률은 낮아지는 셈이다.

남성정장과 AI의 만남은 이질적이다?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정장에 삽입된 근거리 무선통신(NFC) 태그가 스마트폰과 연동, 정장에 스마트폰을 태그하기만 하면 각종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는 제품이 최근 등장했다.

정장을 입은 회사원들은 더이상 명함을 찾아 안 주머니 이곳저곳을 뒤질 필요가 사라진다.

정장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태그하면 문자를 통해 원하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명함을 전송할 수 있는 기술, 결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이제는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런웨이 곳곳을 누비는 모델에게 눈길을 뺏기기 전,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모델의 의상이 디자이너의 손길로 탄생한 옷인지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의상인지 말이다.

패션산업과 IT의 접목을 단순 열풍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시나브로 발전해 온 필수불가결한 상생의 요건이라는 것. 기본 아이템 개발을 넘어 생산, 유통, 홍보에 이르기까지 패션과 IT의 접목이라 함은 시의를 내포한 주요 사업수단으로 대두되고 있는 오늘이자 내일이라는 것이다.



◆이제 섬유도 부가가치 상품

사실 여타 분야에 비해 패션산업은 AI의 영향력이 협소하다. 그만큼 사람의 손을 타야 할 ‘노동집약적’ 산업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섬유산업에 AI를 접목해야 할 당위는 분명하다. 다름 아닌 ‘최선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함이다.

오롯이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아야 할 제품생성 이면에 디자이너의 경험이 축적된 인고의 과정을 빅데이터를 통해 수집하는 과정, 번뜩이는 영감과 경험 등을 AI가 일정 부분 대체·수집함에 따라 효율성 제고에 나선다는 것이다.

별 다른 이유가 아니다. 기능적 측면이나 실시간 이뤄져야 할 유행분석은 AI가 더욱 신속하고 섬세하다. 물론 인간 고유의 영역은 어찌할 수 없다 손 치더라도 인공지능과 패션은 충분히 ‘상호보완적’ 관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AI를 통해 ‘유통의 간소화’를 꾀해야 한다. 클러스터라는 전제로 양질의 인력이 분포돼 있는 지역 섬유업계의 성장 가능성을 이끌어내야 함이 마땅하다. 초연결, 초융합의 네트워크 구축이 가미된다면 부가가치 창출이란 동기는 빛을 발할 것이 자명하다.

그 옛날, 우리가 배우고 접한 교과서 곳곳에 ‘대구는 섬유도시’로 명명했던 당시를 그리워만 해선 안 된다. 유행은 돌고 인생 역시도 돌고 돈다고 했던가. 대구의 섬유산업은 분명 찬란한 부흥을 맞이했었고 처절한 쇠퇴를 하릴없이 수용해야만 했다. 이제는 부흥의 시대로 돌아와야 할 때다. 물론 AI와 더불어 말이다.



글·사진 군월드 IT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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