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창가 외벽 콘크리트 떨어져 나가고 있어||-균열 간 보에 나무판자 붙여놔

12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검단동 한진맨션 앞.

3층 창가 아래에서 조약돌만 한 크기의 콘크리트가 ‘쿵’하며 아래층 다세대 주택 지붕 위로 떨어졌다.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 시커먼 철근이 앙상하게 드러났다.

1976년 지어진 이 아파트 벽 곳곳엔 금이 가 있었다. 금 간 사이로 벽면에 물이 스며들면서 빛바랜 페인트가 울퉁불퉁하게 일어났다.

같은 날 북구 동대구시장 상가 2층 연립주택. 50년 세월의 더께로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옥상 담장은 40도가량 기울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아래층 옥상을 받치고 있던 보 역시 부식돼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다. 곳곳에 떨어져 나간 콘크리트를 대신해 물먹은 나무판자가 보를 감싸 안은 채 43가구의 터전을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8년째 살고 있는 김진식(63·여)씨는 “2016년 경주 지진 이후로 벽이 갈라지고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며 “불안한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 자지만 돈이 없어 갈 곳이 없는데 어떡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20년째 한진맨션에 거주 중인 김동수(64)씨도 마찬가지다. 최근 포항지진까지 겪으면서 거실 벽에 커다란 금이 갔지만 못 본 척 살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지진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도로 안쪽 몇 집은 불안한 마음에 이사 갔다”며 “이사라도 갈 정도면 부자인 셈이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25일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에 1.8m 크기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역 내 소규모 공동주택도 붕괴 조짐을 보이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다는 등급을 받아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대구시에 따르면 정밀안전진단에서 즉시 폐쇄 직전 등급인 D등급을 받은 건물은 지역 내 모두 6곳이다. 남구 대명시장과 북구 동대구시장·산격종합시장, 수성구 수성시장 등 전통시장 4곳과 북구 동대구시장 연립주택과 한진맨션 등 공동주택 2곳이다.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수준의 건물로 지정 시 소유자가 각종 안전진단을 책임져야 하지만 의무 사항이 아닌 점도 한몫하고 있다.

붕괴위험 주택 거주민이 대체로 영세민인 것도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을 개정해 붕괴위험의 소규모 건축물을 지정,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에서 최소한의 보수를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주원 영남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세금을 사유재산에 투입할 수는 없지만 전면 리모델링이 아닌 최소한의 구조물 강화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올해 정밀안전진단을 위해 7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며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대구시장 상가 연립주택에 생활하는 한 주민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무너질 것 같은 2층 난간을 가리키고 있다.
▲ 동대구시장 상가 연립주택에 생활하는 한 주민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무너질 것 같은 2층 난간을 가리키고 있다.
▲ 대구 북구 한진맨션 건물 벽면 곳곳에는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 철근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 대구 북구 한진맨션 건물 벽면 곳곳에는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 철근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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