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을 만나 어쩌다 선거 얘기가 나오면 그 의견들은 대체로 양분된다. “정권 뺏기니까 봐라, 지역에 돈이 안 온다 아이가.” “뭔 소리고, 이명박 박근혜 때는 지역경제 잘 돌아갔었나.” 요지는 현재 지역경제 침체의 원인이 정권 탓이냐, 아니냐는 것이었다.

내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월15일)를 앞두고 벌써 여러 신문에는 지역구 출마예상자 명단이 실리고 있다. 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지만 못 봤던 새 얼굴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스펙이야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이분들을 보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이 양반들은 좀 다를까.’ ‘역시 마찬가지겠지, 뭐.’

지역 유권자들에겐 국회의원 선거라도, 결과적으론 별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깃대만 꼽아도 된다는 이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독식 현상이 거의 매번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2020년, 내년 총선에선 좀 달라지려나, 역시 그렇진 않을 듯하다. 지금 분위기로 봐선 4년 전, 2016년 총선 때보다 자유한국당의 싹쓸이 가능성이 오히려 높은 듯하다.

왜 그럴까, 한 번 따져보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지역에서 가장 흔히 듣는 얘기가 ‘TK홀대’ ‘TK패싱’이란 말이다. ‘개각이 있어도 지역 출신은 한 명도 볼 수 없다’ ‘중앙정부 고위직에 지역 출신은 씨가 말랐다’. 여기에 보태는 말이 또 “이러니 예산을 제대로 따올 수 있나” “민원을 어디 부탁할 데가 있나” 하는 푸념들이다.

실제로 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에 지역 출신은 한 명(김수현 정책실장)뿐이라 하고, 경찰 검찰 등 주요 권력기관의 실세 자리에 TK 출신을 찾아볼 수 없다 한다.

또 국책사업 지원도 영 불만스러워 한다. 탈원전 정책 탓에 경북 동해안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대안으로 기대했던 원전해체기술연구원은 반쪽짜리 분원 유치로 끝났고, 포항지진 지원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그쳤다. 최근엔 부산 쪽에서 가덕도신공항 재추진까지 들고나와 지역민들의 속을 긁어놓고 있다.

한편, 민주당의 대구경북 사정은 어떨까. 자유한국당에 단연 유리한 지역의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할만한 발군의 기량을 갖춘 선수(?)가 눈에 띄는가. 그래야 그나마 싹쓸이라도 막을 수 있을 테니.

민주당은 4년 전 대구경북에서 김부겸(대구 수성갑),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을 당선시켰고, 당시 정당득표율도 크게 올랐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땐 4년 후의 기대감마저 지역민주당 안팎에서 흘러나올 정도였었다.

그런데 요사이 형편을 보면 내년에는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비관적 전망이 많이 들린다.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받는 김부겸 의원조차 ‘지역을 위해 3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비판받을 정도니 유구무언일 것이다.

4년 만에 지역 분위기가 이렇게 원상복구(?) 되는 상황이니, 내년의 자유한국당 압승 예상도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아 보인다. 물론 아직은 시간이 있고 그사이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장 봐선 그렇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지역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지역의 자유한국당 한 중진 의원이 한 말이 아프다. “지역에는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감이 없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차기 공천권 확보를 위해 중앙당에만 목을 매는 상황이다.” 독식 구도 속에서 무혈입성한 의원들이 과연 중앙무대에서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공천권자만 쳐다보는 마인드를 가진 이들의 눈에 유권자가 있기나 하겠느냐는 말일 것이다.

여담 같지만 대구경북이 생명수를 대주고 있는 자유한국당에서도 ‘TK패싱’이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이 말이 가볍게만은 들리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최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대구경북은 당대표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최고위원에 그나마 김광림(안동) 의원이 턱걸이하다시피 들어갔을 뿐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46조에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나와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국가이익을 우선해 정말 양심에 따라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