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려’를 강조했다. 어렵고 힘든 시기 나를 생각하는 이기심 대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는?
△부처님이 태어나실 때 하신 탄생게인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라는 말이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여기에서 유아(唯我)란 분리된 나가 아닌 전체와 연결된 나를 표현하는 것으로 좁은 의미에서 내가 아니라 우리 모든 생명체 개체가 존중받아야 할 귀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데 있고 나, 또한 고통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괴롭고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을 마땅히 편하게 하리라는 대자비를 표현하는 것이다. 모든 존재와 함께 더불어 공동체의 공동선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갈등과 분열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정치적 갈등은 최근 극에 달했다.
△팔을 양쪽으로 펼쳐 보면 손은 양쪽으로, 극과 극으로 나뉘어 멀어지게 된다. 손만을 보면 서로 반대이지만 크게 보면 다 내 몸이다. 모든 세상이 하나로 되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고 겉만 보니까 서로 반목의 대상이지 알고 보면 서로 사랑과 은혜의 대상이다.
국가 사회가 평화롭고 잘산다면 누가 한들 어떠냐. 꼭 내가 해야 한다는데 서 반목과 갈등이 일어 나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철저해도 남에게는 관대할 때 좋은 세상으로 가는데,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도 남에게는 철저하게 적용하면 다툼은 시작된다. 그것은 결국 공멸(共滅)이다. 대립과 반목, 갈등은 자기의 관점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어둡다 캄캄하다 안 보인다 하는 것처럼 눈만 뜨면 대명천지 밝은 세상이다. 아름다운 꽃 세상인데, 눈을 감고 보니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것이다. 그런 이치를 알면 다툼이 생길 이유가 없다.
-경제상황이 많이 어렵다.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려운 시기 종교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더 가지려는 범부의 욕심과 욕망에서 양극화는 시작 되는 것이다. 예전에 운거도응 선사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리 집에 솥이 하나 있는데 떡을 쪄서 세 사람이 먹으면 모자라는데, 천 명이 먹으면 남는다. 이것이 어떤 도리인가.” 모두가 묵묵부답이자 도응선사가 설명했다. “쟁즉부족(爭卽不足)이요, 양즉유여(讓卽有餘)라. 다투면 부족하지만 사양하면 남는 법이다.” 경전에 돈이나 명예나 권력이 히말라야 산처럼 많아도 한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다투면 부족하다. 그러나 서로 사양하면 남는 법이다. 양보하는 것이 당장은 바보짓 같고 손해인 것 같겠지만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서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양하면 금세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되는데, 그 순간을 넘기지 못하는 것 같다. 양보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가 양보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대구·경북이 지금 많이 어렵다. 지역민들과 청년들에게 용기의 한마디를 한다면
신라 수호산인 오악(五岳)중 중악(中岳)인 팔공산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삼국통일의 주체였고 동력이었다. 특히 대구경북은 그런 자존적 DNA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민족, 우리 역사에 대한 소명감을 느껴야 한다. 팔공산 주변 세력이 삼국통일의 동력이 되었듯이 한반도 통일 시대에도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대인(大人)이 되어야 한다. 길이 설령 다르더라도 화합하는 사람은 대인이고, 한 길 한 배를 타고 가면서도 화합하지 못하면 소인이다. 초목이 어지러이 있는 것 같아도 서로 다양성을 인정해 주며 어울려서야 숲을 이루는 법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힘든 것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힘들수록 호흡을 조절하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럴수록 칼을 갈 듯이 능력을 키워 가야 한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다. 칼을 갈아두면 반드시 쓰일 때가온다. 그러나 칼을 갈아 두지 않으면 써야 될 때 쓰지 못하니 천추의 한이 된다. 힘들다고 조급해하다 보면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자세히 보면 새끼줄인 줄 알 수 있는데, 뱀으로 오인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에게 하실 말씀은?
△불기자심(不欺自心)이라 했다. 남에게는 손톱만큼 속아도 분기(憤氣) 탱천(撑天)하면서, 자신에게는 태산만큼 속아도 속는 줄도 모르고 분노할 줄도 모른다. 자신에게 속지 않을 때 남에게도 속지 않고 모든 일에 패착(敗着)을 두지 않는다.
상대를 서로 먼저 배려할 때 지금은 내가 손해보고 바보가 되는 것 같아도 결과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극락과 지옥의 차이가 모든 조건은 똑같은데 긴 숟가락을 사용하는 단순한 용심(用心)에 따라 극락과 지옥이 갈라지는 우화(寓話)와 같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