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장 신성훈
▲ 대구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장 신성훈
신성훈

대구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장



지난달 17일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정신질환자 안모씨의 범행으로 무고한 시민 5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진주 사건을 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예방치료에 관한 기본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현행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정신질환자 입원 중 공공기관은 주로 행정입원과 응급입원에 관여한다.

그중 응급입원은 주로 사건·사고를 다루는 경찰에서 행할 때가 많고, 행정입원은 지자체의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행해진다.

올들어 현재까지 우리 지역에서는 경찰에 의해 50건의 응급입원이 행해졌는데, 일선 경찰관들은 응급입원 한 건 한 건 처리 시마다 많은 애로를 호소한다.

정신질환자의 이송거부와 난동으로 인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야간에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는 병원의 부족과 원거리 위치, 응급입원 대상인지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 때문이다.

현재 대구에는 4개의 대학병원이 있지만, 전체 정신과 입원 병상을 합쳐도 단일 정신병원 병상 수에 미치지 못해 야간 응급입원이 사실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시립병원에 24시간 전문의를” 상주케 하고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은 전문의를 언제든지 호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데 반해 지역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이송시스템, 진료시스템 부족으로 행정입원도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정신질환자 관리는 국가와 지자체의 기본책무임에도 보충적 역할에 그치는 경찰에 의한 응급입원에만 그 책임을 맡겨두고 행정입원에 대해서는 과감한 개선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한 해 정신병원 입원 환자 중 행정입원은 약 4%에 불과(지난해 9월 기준)하다는 통계만 봐도 행정입원에 얼마나 소극적인지 알 수 있다.

행정입원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신질환자 본인이 동의하지 않아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건 맞지 않는 말이다. 행정입원과 응급입원을 만든 이유는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가 없더라도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인지 아닌지는 전문의가 현장에 진출해 판단하면 되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시스템과 그런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과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하고 있고 우리 지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정신질환자를 위한 응급의료시스템 구비는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가 아니라 범죄자가 되는 것을 막고 무고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다. 야간 응급입원 시스템 확충과 행정입원 내실화에 국가와 지자체의 과감한 투자만이 진주 정신질환자 사건 같은 안타까운 사건을 막을 수 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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