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 매일 2명 보행 중 교통사고 당해||-차량 중심 문화에서 사람 우선

지난 5일 대구 동구의 한 노인보호구역. 앞서가던 차량이 속도를 줄이자 뒤따르던 차량이 이내 경적을 울려댔다.

‘빵빵….’ 날카로운 경적소리가 좁은 골목을 가득 메웠다. 내리막 경사가 가파른 이곳의 제한속도는 30㎞.

앞서가던 차량이 먼저 가라는 의미로 도로 가장자리로 물러나자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는 운전석 창문을 내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곤 내리막을 거칠게 내려갔다.

적색 아스팔트 위 노인보호구역 30㎞ 제한속도라고 적힌 문구가 무색했다.

인근에서 장사하는 김모(55·여)씨는 불법 주차된 차량 탓에 동네 어르신들이 차와 뒤엉켜 오르막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불안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번은 유모차를 끌고 가던 동네 어르신이 뒤 따라 오는 차량에 놀라 넘어진 적도 있다”며 “양옆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노인 한명 지나갈 틈도 없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노인 2명이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출입이 잦은 곳 주위를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노인들을 배려하는 운전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6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65세 이상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는 3천340건 발생해 208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년 평균 668건, 하루 2명의 노인이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하는 셈이다.

저하된 판단능력과 대처능력이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비중이 높은 이유로 꼽힌다.

노인의 걸음이 느리다 보니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도로교통공단이 2016년 한 달간 횡단보도에서 고령자와 비고령자 각각 300명을 관찰 조사한 결과 비고령자는 초당 1.24m, 고령자는 1.51m를 걸었다.

김형민 대구 서구청 교통전문직 박사는 “고령자의 경우 신호등에 반응하는 속도도 비고령자보다 0.25초 느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노인시설이나 재래시장과 같이 노인들의 왕래가 잦은 곳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함과 동시에 노인들을 배려하는 운전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대구시는 2016년 24곳에 불과했던 노인보호구역을 49곳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그 결과 2015년 701건에 달했던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는 지난해 633건으로 4년 새 10%(68건)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노인보호구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법 주·정차가 그 예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는 보행자보다 차량을 우선시하는 교통문화로 사람에 대한 배려가 미흡하다”며 “노인이 차를 알아서 피하길 바라기보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호하는 ‘사람 우선’ 교통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