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끌어오다 3년 전인 2016년,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5개 지자체가 합의 결정한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부산 경남 울산 등 3개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합의 결정을 뒤집는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안을 들고나와 쟁점화해 대구, 경북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울경은 4월24일 자체검증단 평가결과를 발표하고 김해공항 확장의 부적합함을 거론하며 정부에 재검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국무총리실은 자체검증단 평가결과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즉각 밝혔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쟁점화한 출발점이 정치권이었고 그 배경에 대한 정략적 의혹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구경북에서 우려하는 점은 가덕도신공항 추진 문제가 올 연말로 예정된 통합대구공항 이전지 최종결정과 그 이후 공항 건설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가덕도신공항 재검증을 결정할 경우 통합대구공항은 그 규모나 역할 측면에서 애초 구상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 김해신공항 확장은 부적합(?)

부산시와 울산시, 경남도가 공동구성한 김해신공항 검증단(단장 김정호 국회의원)이 4월 24일 부산시청에서 김해공항 확장안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검증단은 이날 김해신공항이 안전성 부족, 소음 피해, 환경 훼손, 확장성 부족 등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어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검증단은 ‘동남권 관문공항 정책판정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설치할 것을 건의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애초 제안(국토부 공동검증)과 달리 부울경 검증단은 자체 기준에 따라 진행한 검토 의견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국민 혼란을 초래했다”며 “김해신공항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총리실도 부울경검증단의 발표에 대해, 정부가 들어가지 않은 검증단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김해신공항은 국토교통부에서 기존 활주로 2개인 김해공항에 활주로(3.2㎞) 1개와 국제선 청사를 추가 건설해 2026년 개항할 예정이다.

◆ 대구경북, 가덕도신공항 쟁점화도 ‘불쾌’

대구시와 경북도에서는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역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영남권 관문공항 문제는 건립지를 놓고 대구-경북의 ‘밀양신공항’과 부산-경남의 ‘가덕도신공항’ 간에 수년 동안 경쟁이 있었고 그 여파가 지역갈등으로까지 번졌던 사안이었다. 당시 5개 지자체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우선한다는 합의에 따라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김해공항 확장안을 수용한 바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부울경 검증단의 발표 직후 낸 공동발표문에서 “김해신공항 건설은 5개 시도가 합의한 국책사업으로, 일부 지역의 이기주의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무산, 변경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시장과 이 지사는 “만약 국무총리실이 부울경의 요구를 받아들여 김해신공항 건설을 재검증하고 계획을 변경하려 한다면, 이는 영남권 신공항에 관한 문제이므로 5개 시도의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고, 대구경북은 이러한 합의 없이 추진되는 김해신공항 건설 재검증과 계획 변경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통합신공항대구시민추진단, 시민의힘으로대구공항지키기운동본부, 새로운대구를열자는사람들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도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덕도신공항 재검증을 결정한다면 대구경북에서는 밀양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가덕도신공항 쟁점화, 어떻게 진행됐나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오거돈 부산시장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슈화됐다. 올해 들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2월13일 부산 방문에서 김해신공항 문제의 국무총리실 검증을 약속했고, 3월13일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영남권신공항 재추진에 대한 적극 지원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지원에 힘을 얻은 부산, 경남, 울산 단체장은 3월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로운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부산 시민사회단체도 이에 가세해 지난 2016년 동남권신공항이 김해신공항으로 선정된 것은 정치적 결정이라며 대국민 홍보전에 돌입했고, 당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결과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 PK-TK 갈등, 그리고 대구경북 영향은

가덕도신공항 쟁점화는 그 배경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민주당의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가 올해 들어 지지율이 하락하고, 특히 영남권에서 지지층 이탈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부산, 경남 지역의 지지율 높이기 차원에서 PK-TK 분리 전략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구, 경북에서는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대구공항 이전 결정과 건설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 측면에서 더욱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역에서 기대하는 통합대구공항의 향후 역할은 국내외 관광객 유치라는 단순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내륙 항공 물류기지로서의 경제효과, 대구경북권 전역을 이어주는 연계공항 등으로 지역발전 전략과도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공항 이용객이 406만 명으로 수용한계 375만 명을 넘어섰다”며 “이용객 수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영남권에 통합대구공항과 가덕도신공항 등 2개의 국제 관문공항이 생기게 되면, 상대적으로 항공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덕도신공항에 힘이 쏠리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통합대구공항의 규모와 기반시설 조성 등과 관련한 정부 지원 예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10년 만에 합의된 내용을 뒤엎는다

영남권의 국제 관문공항 건설은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거론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의 2011년 백지화 과정을 거쳐, 박근혜 정부 들어 2016년에야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때 권역별 공약집에서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 각각 신공항 건설을 공약해 지역민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에 호응해 부산에서는 2008년 12월 가덕도, 대구-경북-경남-울산에서는 2009년 1월 밀양을 공항 건설 후보지로 각각 제시했다.

하지만 2011년 3월30일 국토해양부는 과도한 건설비용에 비해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관문공항 사업 검토를 아예 백지화시켰다. 대구시는 당시 K2 공군기지를 옮겨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밀양을 적극 지지했다.

무산된 것처럼 보였던 영남권 국제 관문공항 건설 사업은 지역민들의 요구가 계속되자 박근혜 정부 들어 재점화됐다. 2016년 국토교통부에서는 객관성 확보를 위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는 2011년과 마찬가지로 가덕도와 밀양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김해공항의 확장안이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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