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박준우 시시비비/ 대형화물차 밤샘주차 “대책 없나”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동네 얘기다. 기자가 사는 곳은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다. 3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라서 그런지 단지 주변에는 왕복 4~5차선 도로가 꽤 넓게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매일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때만 되면 이 도로가 대형화물차의 밤샘 주차장으로 바뀐다. 좌·우 1개 차로를 점령한 대형화물차 탓에 4차선이 왕복 2차선으로 변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불만이 대단하다. 한 주민은 “저녁에 퇴근할 때면 도로변에 주차된 대형화물차 때문에 늘 신경이 쓰인다. 특히 모퉁이에서 회전할 때면 시커멓고 거대한 물체가 갑자기 돌출하듯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핸들을 급하게 조작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또 다른 주민은 “얼마 전 아파트부녀회에서 아파트 주변에 밤샘 주차하고 있는 화물차량 차주에게 전화해 항의하자 그 사람이 도리어 ‘그럼 어디다 주차를 하느냐’고 항의해 고성이 오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도심지의 대형 화물차 밤샘 주차 문제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우리 동네만의 문제는 더더구나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좀처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형 화물차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등록된 차고지를 외면하는 차주들의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과 단속권을 가진 행정기관의 안일한 자세도 한몫한다고 본다.

대구시에 따르면 차고지 등록의무가 있는 1.5t 초과 화물차량 수(2019년 3월 말 기준)가 1만3천800여 대이고, 이 중 4.5t 이상 대형 차량이 1만434대이다. 달서구의 경우 차고지 등록의무 화물차가 4천369대이지만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는 단 한 곳도 없다 한다.

대구 전체를 봐도 운영 중인 화물차 공영차고지는 동구 신서동(190면), 북구 금호동(305면) 등 2곳뿐이고, 달성군(600면)과 북구(400면)에 2019년 말과 2022년께 추가 준공될 예정이다. 이 밖에 화물차 법인이 운영하는 차고지 1천3면이 있다. 이렇다 보니 대형 화물차의 밤샘주차 민원은 대구 모든 구청이 겪고 있는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

달서구청은 민원이 이어지자 공영차고지 자체 확보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관내 공원 부지 일부(2만9천300㎡)에 화물차 공영차고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지만 대구시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공원시설 부지에 차고지를 조성하면 민원 우려가 있고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시의 해석이었다.

더욱이 대구 시내의 경우 대규모 차고지용 땅 찾기도 쉽지 않다. 공영 차고지가 완공되면 관리 인력을 둬야 하는 만큼 차고지를 적정 규모 이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21조에는 운송사업자가 사업용 화물차량을 등록할 때는 차고지를 지정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화물차 차고지 등록제’인데, 여기서 차고지로는 차주가 지정한 장소나 유료주차장, 공영차고지, 화물터미널 등이 가능하다.

물론 공영차고지 확보가 밤샘 주차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현실은 ‘등록 차고지’와 ‘실제 차고지’가 따로따로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즉 차주 입장에서는 차고지를, 실거주지인 도심지보다는 농촌이나 도시 변두리에 마련해 두는 것이 사용료 부담 등에서 유리하니 말이다. 단속되면 과징금(최대 20만 원, 5t 이하 10만 원)이 있지만, 집에서 등록차고지까지 매일 오가는 데 드는 교통비를 생각하면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형화물차 밤샘주차 문제는 단속권을 쥔 지자체는 인력 부족을, 주민들은 사고위험을 호소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차주들의 법 준수가 해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마침 정부에서 ‘4대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의 위반 차량에 대해 누구나 신고할 수 있는 주민신고제를 4월17일부터 시행하고 있고, 또 각 구, 군청은 불법 주정차 단속에 카메라장착 이동 차량을 이미 이용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방법을 대형화물차 밤샘주차 단속에 활용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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