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배문경 미디어아트작가



▲ 배문경 작가가 고흐의 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배문경 작가가 고흐의 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배문경(31) 작가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쉼 없이 작업에 몰두했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쳤지만 그가 작업을 멈춘 적은 없었다. 해가 거듭될 수록 참가하는 전시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30회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진행했다.

왜 그렇게 작업에 몰두하냐고 물어보자 그는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계속 작업을 하고 싶다”며 “혹시나 임신과 출산으로 공백이 생기면 더이상 작업을 할 수 없을까봐 이어서 전시를 진행하고 계속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고 했다.

그의 작업실에는 3D 프린터 기기가 쉼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올 하반기에도 개인전이 예정돼 있어서 작업을 멈출 수가 없다고.

배문경 작가는 미디어아트 작가다. 익히 보아온 친숙한 회화를 차용한 평면이미지를 입체화 시킨 오브제에 영상을 투사한 작품을 선보인다.

스마트한 시대의 도구를 사용해 이전 시대의 화가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3D 프린터라는 가장 현대적 디지털도구를 이용해 입체조형물로 재탄생한 다양한 피사체에 영상을 비춰 원작과는 또 다른 생동감을 덧씌우는 것이다.

▲ 이상한 나라의 민화이야기
▲ 이상한 나라의 민화이야기
현재 주로 작업하고 있는 작품은 민화 속 동물들이다. 우리나라 민화 속 방아 찧는 토끼, 익살스런 호랑이, 봉황을 본 딴 피사체에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한 영상작업을 더해 3차원으로 재탄생시켜 상상의 동물과의 조우를 성사시킨다.

그림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호랑이와 토끼 등은 다양한 색과 크기로 출력된다. 영감을 받은 동물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동물들과는 사뭇 다르다. 다리 사이에 꼬리를 잡아 빼고 날카로운 발톱마저 감춘 장난스러운 포즈의 호랑이는 큰 고양이처럼 생겼다. 까치 호랑이라고 알려진 원래의 그림 속 호랑이는 맹수의 왕 같은 위용보다는 친근한 모습이다.

배 작가의 작품에는 익살스러운 표정이 남아있다. 오방색의 화려한 색은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거기에 영상작업을 더해 3차원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는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것들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전시가 됐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크다”며 “머릿속으로 결과물에 대해서 예상은 하지만 최종 결과물로 봤을 때 느끼는 감동은 훨씬 큰 것 같다”고 했다.

▲ 아비뇽의 처녀들
▲ 아비뇽의 처녀들
▲ 귀에 붕대를 한 고흐 자화상
▲ 귀에 붕대를 한 고흐 자화상
이전에는 명화를 주제로 작업을 했다. 반 고흐의 카페, 방, 세잔의 정물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등이다. 서양 명화의 경우 참조 대상에 충실한 사실주의보다는 참조 대상의 왜곡과 변형이 심한 표현주의나 입체주의 풍의 작품을 선택하곤 했다. 3D 프린터를 붓으로 삼아 다시 그리는 작품은 단순히 건축의 추소모델 같은 것이 아니다.

배 작가는 경북대학교과 동대학원에서 미술학과를 전공했다. 서양화가 그의 주 전공이었다. 그랬던 그는 대학시절 다양한 수업을 거치면서 설치와 미디어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에 빠졌다. 결국 박사는 디지털미디어아트학과로 진학했다.

그는 “명화나 민화의 평면이미지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데 입체로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흔한 사실적인 그림이 아닌 입체가 되고, 재구성이 되면 어떨까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그걸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미술의 그의 삶 전부였다. 초등학교 시절 시작한 미술은 박사수료까지 이어졌다. 부모님도 그도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그는 “좋으니깐 계속했다. 미술로 대학 진학을 하고 싶다고 부모님에게 말했을 때 부모님은 미술이 아닌 일반 대학으로 가면 안되겠느냐고 말하셨다. 미래가 불투명하니깐 걱정이 되셨던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그저 좋아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그는 “수익이 나는 작업이 아니다보니 힘들때도 많다. 또 미디어나 기술적인 부분은 계속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며 “부지런히 계속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하다보면 제가하고 싶은 환경도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작품으로 시민들과 소통할 때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시민들과 계속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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