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서 열린 지열발전 간담회서 공개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국내 교수들이 지열발전 주관기관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압력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포항 한동대에서 열린 ‘지열발전 실증단지 후속관리 방안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포항 지열발전 주관기관인 넥스지오가 자신들을 연구윤리위반 혐의로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와 김 교수가 속한 국내 연구진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었다.



정부 조사연구단은 1년간의 조사 끝에 지난달 20일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때문에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포항 지열발전 주관기관인 넥스지오가 김 교수와 저를 연구윤리위반 혐의로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고려대는 예비조사에서 ‘혐의없음’으로 결정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열발전 자료를 논문에 쓰도록 허가하지 않았다고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본 조사까지 가는 수모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것에 대한)압력이 많았다”며 “윤리위원회 조사 자체가 수치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부산대 윤리위원회에서 경고를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학술윤리 위반은 없었지만, 국회의원을 통해 물주입과 관련한 원자료를 얻어 연구진에게 직접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윤리위원회에 간 것 자체가 불명예”라고 짧게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산업부가 지열발전 자료를 논문에 쓰도록 허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문을 학교에 보낸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다만 사업자(넥스지오) 측이 ‘자료를 논문을 쓰도록 허가했느냐’고 문의해 ‘국회에 자료를 제출했을 뿐’이란 의견을 이메일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넥스지오 관계자는 “두 교수가 다른 연구자의 연구자료를 동의 없이 입수 도용한 것은 명백한 연구윤리 위반”이라며 “정당한 연구윤리 제보 활동을 ‘압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연구자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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