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가우디’를 찾자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미국 뉴욕의 ‘허드슨 야드’가 화제다. 허드슨 야드는 주택과 사무실, 호텔, 학교, 공연예술센터 및 쇼핑몰 등을 갖춘 대규모 복합공간이다. 철도역과 주차장, 폐도 등이 있던 땅을 개발했다. 약 250억 달러(약 28조 4천억 원)가 투입된 결과물이다. 허드슨 야드가 뜨거운 이유는 그 규모보다는 명품 공적 공간 때문이다.

우선 탑 모양 구조물인 ‘베슬’(the Vessel)을 들 수 있다. 이는 2,500여개의 계단들이 얽히고설킨, 벌집 같은 거대한 나선형 구조물이다.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두 번째는 뉴욕의 새로운 아트센터, ‘셰드(the Shed)'를 꼽을 수 있다. 8층 건물인 셰드는 철골구조물 덮개가 특징이다. 덮개를 수평 이동시키면 야외공간이 실내로 바뀐다. 덮개가 펼쳐지면 셰드는 최대 3,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 덮개는 36m 높이로, 철제 바퀴가 달려 있어 레일을 따라 움직인다. 철골구조물 무게만 약 3,628t에 달하고, 총 4억 7,500만 달러(약 5,395억 원)가 투자되었다. 세 번째는 ‘전망 데크’를 들 수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조금 더 높은 약 390m다. 뉴욕의 마천루와 대서양을 조망할 수 있다.

이러한 명품 공적 공간이 없다면 허드슨 야드는 그냥 대단위 복합공간일 뿐이다. 허드슨 야드는 세 가지 랜드마크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세계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개발사업이 성공을 거두려면 공적 공간에 대한 과감하고 세심한 투자가 과연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허드슨 야드는 잘 보여준다. 공적 공간이 부담이나 장애로 작용하여 발목을 잡는다는 일반적 인식을 보라는 듯이 깨뜨렸다.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섬으로써 3050클럽에 세계 일곱 번째로 진입하였다. 이제 우리도 건축이나 개발사업 등에서 양이 아닌 질로서 승부해야하는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민간에서는 시장이 어느 정도 자동 조정하겠지만, 시장의 실패가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공에서 공적 공간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명품 공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절대적으로 소요된다. 시간과 비용에 관대해야 명품이 태어난다. 선출직은 임기 내에 명품 랜드마크를 완공하겠다는 조급함과 욕심을 버리는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긴 안목으로 판단하고 우공이산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민간과 공공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이니셔티브와 창의적 융통성을 과감히 펼침으로써 빠듯한 예산 제약을 극복하는 일에 공공부문이 앞장서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에 용적률을 추가적으로 높여줌으로써 이윤 확대 동기를 자극하고, 용적률 상향 조정 등으로 인한 추가 이윤의 일정부문을 공적 공간에 투자하는 방법은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는 민간과 공공이 윈·윈하는 제도적 활용일 뿐만 아니라 개발사업의 성공을 기약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명품 공적 공간’에 대한 거버넌스는 민간과 공공의 동반자적 상생 협조로 그 현실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꿈꾸는 건축가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준다. 공적 공간에 대한 통 큰 투자는 ‘일타 쌍피’인 셈이다.

일본의 ‘이소자키 아라타’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일본인으로 여덟 번째다. 우리 건축가는 한명도 못 받았다. 건물은 건축주가 제시하는 일정·예산·용도·대지의 조건에 메인다. 건축가는 발주자가 제시하는 제약조건에 맞는 결과물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적정한 이윤도 남겨야 한다. 그러다보니 영혼 없는 기능적 건물·구조물들만 공간에 던져질 뿐이다. 거기에 프리츠커상이나 명품 랜드마크는 들어설 여지가 전혀 없다. 건축가의 창의적 꿈과 현실적 제약조건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공공이 수행해주어야 훌륭한 건축가가 탄생하고, 명품 공적 공간과 랜드마크가 태어난다. 프리츠커상은 부수적 산물이다. 천재 건축가들이 그들의 꿈을 실현시켜 줄 기회를 우리 주변에서 애타게 기다린다. 가우디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단체가 적극 앞장서야 한다.

열린 마음을 갖고 잘 찾아보면 현 법체계 안에서도 그 융통성을 충분히 발휘할 여지가 많다. 각종 후적지, 교통 결절점 등에 관민공동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기초로 획득한 재원으로 명품 공적 공간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충분히 도입해볼 가치가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명품은 결코 그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의 ‘가우디’를 찾아내자.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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