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아침논단

대구 대표맥주 키우자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2019년 대구치맥페스티벌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잔치는 오는 7월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대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2013년부터 시작된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지난해 3년 연속으로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대구의 대표적인 여름축제로 성장했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19문화관광유망축제로 선정될 만큼 확실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축제 성과에 가려져 몇몇 아쉬운 점이 감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표적인 것이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인 치맥페스티벌에 정작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가 없다는 점이다. 즉 대구의 특색을 제대로 담고 있거나 대구의 이야기를 품은 맥주가 없다는 뜻이다.

대구치맥페스티벌 공식홈페이지에서도 왜 대구에서 개최되는가를 설명하면서 대구가 치킨의 성지라는 점만 부각시키고 있다. 치맥페스티벌은 치킨과 맥주가 양대 축이다. 치킨은 관련 프랜차이즈의 대부분이 대구에서 시작할 정도로 대구가 유명하다. 70~80년대부터 멕시칸치킨, 멕시카나, 처갓집양념치킨, 스모프치킨 등과 같은 많은 업체가 있었고 현재는 교촌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종국이두마리치킨, 치킨파티, 별별치킨, 대구통닭 등이 전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인 치맥페스티벌의 한 축을 담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른 한 축인 맥주부분에 이르면 좀 답답하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철저하게 국내 대형맥주회사 위주로 운영된다. 대기업이 큰 스폰서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구성이나 현장의 공간 배치가 국내 대형 맥주회사 위주로 짜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는 이해도 된다.

하지만 과연 치맥페스티벌을 찾는 100만 명의 내외국인들이 대기업에서 만든 한가지 종류의 맥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하다. 요즘 맥주 소비자들의 기호는 다양성에 있다. 맥주의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는 것이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찾는 관광객들도 당연히 그런 다양성을 기대하지 않을까?

이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페스티벌 현장에서 수제맥주 구역이 커지기는 했다. 지난해의 경우 대형천막까지 동원됐으니 그전보다 수제맥주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소규모 맥주업계에서 대구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하겠다는 업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축제 메인구역은 후원사인 대형맥주회사들이 차지하고 관람객들도 대부분 그쪽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참가에 소극적인 소규모양조장에게 유인책을 내놓기 어렵다면 이참에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를 내놓고 축제를 찾는 내외국인들에게 대구를 알리면 어떨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올해는 대구의 이야기를 담은 맥주를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선보이며 반응을 살펴보는 정도로 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강릉에 있는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에서 수확한 쌀로 만든 맥주인 미노리세션을 내놓듯이 대구의 특색을 담은 맥주를 국내외 100만 관광객들에게 선보이자는 것이다. 그것이 두류맥주든, 팔공맥주든, 비슬맥주든 상관없다. 대구의 이야기만 제대로 담아내면 될 일이다.

대구 치맥페스티벌은 폭염 속에서 진행된다. 오죽하면 지난해에는 태양열로 치킨을 굽는다는 말이 나왔을까. 사실 무더위에 허덕이며 축제장을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알콜도수가 낮으면서도 목 넘김이 좋은 맥주를 만들고 대구이미지를 더한다면 치맥페스티벌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가 전국 최대 연근생산지임을 감안한다면 연꽃향을 담은 맥주도 좋은 아이템일 수 있다. 빚은 술이 연꽃 향기와 같다고 비유되는 전통주인 하향주(荷香酒)도 대구에서 만들고 있지않나.

이런 일은 관 주도로 진행하기엔 제약이 많을 수도 있다. 자칫 특혜시비에 휘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런 문제들을 논의할 민간주도의 협의체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어 반갑다. 이제는 누가 또는 어느 업체가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를 만들 것인가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대구치맥페스티벌 현장에서 대구를 찾는 국내외 100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맥주로 대구를 알리는 일이다. 이 민간협의체에서 좋은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 올해는 왼손에는 치킨을, 오른손엔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 한잔을 들고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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