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미경 작
▲ 신미경 작
작가 신미경 개인전이 오는 6월16일까지 우양미술관에서 열린다.

우양미술관 ‘2018년 우양작가시리즈’에 신미경이 선정되어 진행하는 전시다. 전시에는 작가의 국내 미발표작과 신작 60여 점과 지난해 7월과 9월 사이에 열린 아르코미술 개인전에 발표됐던 건축 프로젝트를 더해 총 23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의 25년간의 작업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로 꾸려졌다.

전시의 부제 ‘신미경 -오래된 미래’는 동명 에세이로부터 차용한 제목이다. 오래된 문명(혹은 문화)을 대하는 정형화된 인식의 틀을 해체해 동시대성을 발굴해온 신미경의 시선과 태도에 영감을 받아 현재와 미래로 그 생명을 확장해보자는 제안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소모되는 대표적 재료인 비누를 이용해 서영 조각상과 회화, 아시아의 불상과 도자기, 나아가 폐허가 된 건축 자재 등 특정 문화를 표상하는 대상물을 재현해왔다. 이는 단순한 모사가 아닌, 의도적으로 대상물의 표피적 속성만을 대상으로 삼아 탈문맥화해 또 다른 원본으로 전이시켜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게 한다. 이는 서구 편향적 근대화 의식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견고한 권위와 위계에 대한 의문, 상이한 문화적 배경에 따른 번역과 해석의 필연적 왜곡, 예술품 혹은 유물의 성립방식에 대한 고찰, 나아가 소멸된 흔적을 통해 가시화되는 시간의 역설적 측면 등 비누가 지닌 유약한 재료적 특징이 담아낼 수 있는 개념을 시각화 해왔다.

본 전시는 작품이 이동되는 장소와 감상자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변화되는 해석의 개방성까지 작품의 일부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개념은 과거 유물과 유적이 산적해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인 도시 경주의 장소성과 중첩되며 원본과 재현된 미술작품 사이에서 혼란과 애매함이 극명하게 야기된다. 이를 위해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문명의 부산물(회화, 건축, 불상, 도자기, 그리스 조각)을 박물관 ‘컬렉션’으로 가정해 형식적으로 박물관식 전시형태를 취했다.

▲ 신미경 작
▲ 신미경 작
전시장 내에 비누 벽돌로 축조된 건축 프로젝트 '폐허 풍경'은 기존 12t으로 제작됐던 작품에 비누 2t이 추가돼 거대한 규모로 선보인다. 소멸된 흔적 속에서 과거의 이야기가 타임 랩스처럼 스치며, 닳고 부서진 잔해의 풍경은 압도적인 서사적 노스탤지어를 촉진시키는 경관으로 작동한다. 폐허 풍경은 소멸된 것을 구축하였으나 누군가와 조우하는 순간 영원히 살아나는 상보적 성격을 띠며 시간성에 대해 사유를 권한다. 이 공간은 특별히 전망대 형식의 계단이 함께 설치돼 폐허의 잔해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작가의 연작별 작품으로 구성된 섹션들과 달리 서양 중세시대의 트립틱(삼면화) 형식의 대형 좌대 위에 다양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비누 불상 30여 점을 한꺼번에 모아 설치해 형태의 일원화를 통해 작가 작업의 내용적 측면이 부각되도록 구성했다. 이 밖에도 회화의 의미를 해체하는 '회화' 연작, 신작과 국내 미발표된 백자로 구성된 '트렌스레이션-백자' 연작, 시간의 흐름을 압축시켜 부식시킨 '화석화된 시간' 연작이 추가돼 선보인다.

문의: 054-754-7075.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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