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가벼운 변비가 있던 50세 남성은 요즘 음주한 다음 날 선홍색 혈변을 자주 보게 됐다.

그러던 중 변을 볼 때 항문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최근에는 항문 밖으로 빠진 덩어리가 잘 들어가지 않고 거의 배변 때마다 항문이 아프거나 출혈이 동반됐다. 대장항문외과의 검사 결과 치질이었다.



치질이란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의미하며 치핵, 치루, 치열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중 발병 빈도가 가장 많은 치핵을 대변하는 말로 치질이 오래전부터 쓰이면서 일반적으로 치질이라 하면 곧 치핵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항문 안의 혈관조직을 포함하는 점막 및 점막 하 조직이 평소 배변 시 괄약근을 보호하는 쿠션 역할을 하게 되는데 딱딱한 변과 과도한 압력 등에 의해 이 혈관조직의 울혈이 생기고 크기가 커지며 주변 항문관과의 지지력이 약화해 덩어리를 형성하거나 항문 밖으로 밀려 내려오는 질환을 치핵이라고 한다.



◆원인

치핵은 뱃속의 복압이 증가해 항문으로 내려간 혈류가 돌아오지 못하면서 혈관 내 피가 저류되거나, 배변 시 지나친 힘주기로 항문 점막의 하강을 유발하는 경우 발생한다.

변비가 있어서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 무리하게 힘을 줘 배변하는 습관이 치질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변비와 과도한 힘 주기가 치핵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임산부이다. 임신 중에는 변비에 걸리기 쉽고 혈액 양도 많아져서 치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출산 시에도 오랜 시간 힘주기를 하면서 치핵이 악화되는 때가 많다.

또 알코올 역시 혈관을 확장하면서 치핵 조직의 울혈을 유발해 과음 후 출혈 등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를 많이 겪는다.

◆증상

치핵은 항문 안쪽에 생겨서 밖에서는 확인하기 힘든 내치핵과 항문 바깥쪽에 생겨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외치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종류와 상관없이 먼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선홍색의 항문 출혈이다. 내치핵의 경우에는 통증 없이 항문 출혈만 있다가 점차 크기가 커지면서 항문 밖으로 덩어리가 탈출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외치핵은 간혹 피부밑 혈관이 터지면서 혈전이 생기는 혈전성 치핵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또 외치핵은 만성화되면 항문 연에 늘어진 피부로 췌피가 남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항문 가려움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진단과 치료방법

치핵의 진단은 문진과 항문 수지 검사를 통해 항문 상태를, 항문경 검사를 시행해 실제 항문 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항문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대장암, 염증성 장 질환 같은 다른 질환 여부를 검사하고자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한다. 또 농양, 치루 등을 확인하고자 초음파 검사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실제 치핵 질환 대부분은 내치핵이며 외치핵은 급성기에 혈전에 의한 통증을 제외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로 내치핵을 기준으로 질환의 정도를 분류한다. 내치핵은 정도에 따라 1도에서 4도로 분류할 수 있다.

-1도: 출혈로 치핵이 진단됐으나 탈출이 없는 상태.

2도: 변 볼 때 탈출하나 곧 다시 들어가는 상태.

3도: 변 볼 때 탈출해 배변 후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상태.

4도: 변 볼 때 탈출한 것이 들어가지 않거나 금방 다시 나오는 상태.

일반적으로 배변이 끝나면 들어가는 수준인 1·2도는 온수 좌욕, 연화제 사용이나 식이요법, 생활 습관 개선 같은 비수술적 요법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3·4도에서는 전문의와 상담 후 수술적 치료를 권한다.

수술적 치료는 치핵 절제술이라 불리고 수술로 만들어진 치핵 덩어리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정확한 치핵 빈도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크고 작은 치핵을 지닌 채 살아가며 한 번쯤 항문 출혈을 경험할 수 있다.

출혈이 있을 때는 온수를 이용한 좌욕을 자주 하면 도움이 된다.

온수 좌욕을 하면 항문괄약근을 이완시켜 통증을 줄여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상처 치유에도 도움이 되고 깨끗이 세척되는 효과를 본다.

좌욕하는 방법은 쪼그려 앉지 말고 편한 자세로 3~5분간 미지근한 물로 엉덩이를 담그는 것.

너무 뜨거운 물로 하는 것은 화상의 위험이 있어서 피하는 것이 좋고 따로 소독약이나 소금 등을 첨가해서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변비로 인해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거나 과도한 힘을 주는 것을 삼가야 하는데 최근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서 화장실에 가지고 들어가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좋지 않은 습관이다.

또 과음을 피하고 과일, 채소 같은 식이섬유를 충분히 먹고, 평소 물을 많이 마셔서 변을 딱딱하게 보지 않도록 하자.

차가운 야외에 오래 앉아 있거나 쪼그리고 앉는 것을 피하고 오래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수시로 일어나서 움직여야 도움이 된다.

치핵에 걸렸다면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생활 습관의 개선 및 약물요법으로 치료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고 심지어 3도 이상의 치핵에서도 보존적 요법에 어느 정도 호전되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수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양춘석 교수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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