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회항/ 공광규

멀리 순항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비상착륙을 하려면/ 항공유를 모두 버리고 무게를 줄여/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안전한 착륙을 위하여/ 정상항로에서 벗어나서/ 비싼 항공유를 모두 바다에 버리고/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 갑자기 자신을 비우고/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있다

- 시집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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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중인 항공기가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으로 목적지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인근의 다른 공항에 착륙하는 것을 불시착이라 하고, 출발지 공항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를 회항이라고 한다. 불시착은 목적지 공항의 기상이나 그라운드 사정 때문이겠는데, 이 경우 착륙 조건의 호전을 기다리며 선회비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회항은 이륙 후 이상 징후의 발견으로 기체 결함이 의심된다거나 긴급 환자 발생, 출발지 당국의 긴박한 범죄자 인도요청,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폭발물 탑재 제보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여객기 안에서 승객과 승무원의 심한 충돌, 승객끼리 험악한 난투극이 벌어져 회항을 선택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안전운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고 모두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다. 그리고 회항 시 연료를 모두 내다버린 다음에야 착륙하는 것은 불시착 시 화재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항공기의 최대이륙중량과 최대착륙중량의 편차 때문일 가능성도 많다. 이를테면 747점보의 최대이륙중량이 380t이라면 최대착륙중량은 그보다 2~3톤 적은 378톤쯤 된다. 즉 380t으로 이륙한 비행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착륙해야 할 상황이라면 2~3t은 줄여야 안전한 착륙이 가능하다. 공중에서 무게를 줄이자면 지정된 해상지역에 비싼 연료를 버리는 것(Fuel Dumping)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항공기 회항의 사례로 비움의 아름다움과 삶의 지혜를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기업이건 사람이건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욕심을 비우고 몸집을 줄여야한다는 것과 타성에서 벗어나 초심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있음을 말한다. ‘못 먹어도 고’는 고스톱 판에서나 통용되어야지 아무 때고 외칠 일은 아니다. 5년 전 수많은 ‘만약에’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옳은 판단과 결정이 없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악수의 연속이 빚어진 세월호 참사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항공사는 안전과 서비스가 최고의 가치이며 생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만족과 신뢰를 얻어 회사도 성장해갈 수 있다.

두 딸과 부인에 의해 촉발되어 세상에 알려진 오너리스크 때문에 대한항공의 고객 신뢰는 곤두박질쳤고 급기야는 경영상 최대 위기상황까지 몰렸다. 평소 지병이 있었다지만 세간에서는 그 영향으로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오래 전 그쪽 밥을 한 10년 먹은 처지에서 착잡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내가 근무할 당시엔 조 전무로 통했던 그가 선대회장으로부터 경영수업도 착실히 받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물려받지 않아도 될 구습도 일부 그대로 이어받은 것 같다. 대한항공만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한 처지다. 이들 항공사의 경영전략은 자기기준으로 ‘저비용 고효율’이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고위험 저서비스’일 수도 있다. 늦었지만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회항을 결정하고 초심으로 돌아갈 때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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