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귀걸이가 떨어졌어요

귀걸이가 떨어졌어요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외래 진료를 준비하던 중 전화기 너머로 젊은 아가씨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귀걸이가 갑자기 떨어져 피를 흘러내리는데 치료할 수 있나요.”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문을 들어선 그 아가씨는 손수건으로 귀를 감싸고 있었다.

귓불에도 귀걸이가 있고 귓바퀴 위쪽에도 피어싱이 있는 환자였다. 길을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자신의 가방과 귀를 부딪쳤는데, 귀걸이가 떨어지면서 피부가 갈라졌다는 것이다.

상처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귀걸이가 떨어진 자리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위쪽에도 피어싱이 된 것이 몇 개 보였다.

마취하고 지혈한 다음 상처를 들여다보니 귀걸이가 거의 빠지기 직전이었던 모양인지 상처는 이미 살이 다 차올라 있었고 떨어진 가장자리에서만 피가 나고 있었다.

귓바퀴 안쪽의 피부가 다 아물어 있는 상태라서 다치지 않았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빠질 수밖에 없는 상태로 보였다.

상처를 다 메워주어야 할 상황이라 결국 차오른 살을 모두 제거하고 귓볼을 다시 만들어주어야만 했다.

간혹 시내를 걸어 다니면 혹은 진료실에서 젊은 남녀들을 만나다 보면 남녀 구분 없이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다들 귓불에 하나씩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예사로 보곤 했지만 요즘은 귀걸이뿐만 아니고 피어싱까지 하면서 다들 한 쪽 귀에 두 개, 혹은 세 개씩 하고 다닌다.

피부에 상처를 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존재감,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트렌드로 받아들여지면서 요즘은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까지 대중화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가족도 한쪽 귀에 한두 개씩 하고 다닌다. 부모로서 잔소리 한 번 했지만 자기가 좋아서 하고 다니는 것을 어찌 간섭할 수 있을까?

이렇게 귀걸이나 피어싱이 일반화되면서 과거보다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귀걸이나 피어싱에 의한 금속 알레르기, 혹은 위생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귀걸이를 뚫으면서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 피부 조직만 뚫어서 만들어야 하는데 귓바퀴 위쪽으로 뚫다 보니 물렁뼈(귀 연골)가 함께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피부나 물렁뼈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어 염증이 반복되면 처음에는 작은 생채기로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흉터가 커져 작은 콩알만 한 켈로이드 조직이 되어서 애를 먹이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까지 진행되고 나면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커진 켈로이드 흉터 조직을 모두 제거하고 난 후에도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것을 줄이기 위해서 오랫동안 흉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치료를 해 주어야 한다.

예쁘게 보이려다 큰 고생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음 뚫을 때 소독을 철저히 하고 며칠 동안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단 뚫고 나면 적어도 1~2주 동안은 귀에 자극이 가지 않고 덧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귀걸이도 금속 처리가 제대로 되어 있는 제품을 쓰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 안전하다.

염증이 생기고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귀걸이를 뺀 상태에서 치료해야 한다.

귀걸이를 빼면 뚫은 자리가 막힐 것을 걱정해서 귀걸이를 그대로 둔 채로 치료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이는 상처가 잘 낫지 않게 되고 치료가 지연되면서 켈로이드나 흉터 살이 커지는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귀걸이를 사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로 간과를 해서는 안 된다.

귓바퀴 위쪽의 얇은 피부에 무게가 있는 귀걸이가 걸린 상태로 일상생활을 하다 보니 귀걸이 자체의 무게 때문에 피부가 갈라지면서 귀걸이가 떨어지는 일이 가끔 생긴다.

다치면서 예기치 못하게 귀걸이가 떨어지는 일도 있지만, 서서히 귀걸이가 빠지면서 생기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것을 원래대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다 나은 피부 모두를 제거하고 새로 봉합을 해 주어야 한다.

물렁뼈가 갈라져 있을 경우, 이것 역시 원래대로 재건시켜 주어야 하고, 피부 아래쪽 속살도 봉합하고 피부도 봉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봉합한 상처가 다 낫고 나면, 귀걸이로 인한 상처는 다 낫게 되지만, 흉터가 남게 된다.

그 자리에는 다시 귀걸이를 하지 않는 것이 흉터 살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 또한 본인의 책임이 따르는 것이니 이런 일에도 대가 없는 결과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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