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이 국가가 시행한 지열발전 실험이 원인이라는 정부의 공식발표에 따라 특별법 제정, 피해 배상 등 포항지진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포항시민들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특별법 제정과 피해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 3만여 명은 2일 도심 한복판에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국가 차원의 배상과 지역 재건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의원 113명 전원이 참여한 ‘포항지진 특별법’을 지난 1일 발의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진상조사와 피해지원 안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과 특별위원회 구성 등 국회 차원의 조치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포항지진 지원 대책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포함시키고 지열발전 기술개발 사업 중단과 현장복구 방안을 이달 중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포항시민 3만명 결의대회

포항지역 5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일 포항 시내에서 시민 3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지진피해 배상과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요구했고, 이강덕 포항시장과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은 삭발식을 하고 시민들의 결의를 대변했다. 또 이에 앞서 3월23일부터 시작된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청원’에는 10만명(2일 기준)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포항 시내 전역에는 ‘정부 규탄 및 배상 촉구’ 현수막이 내걸려 지역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일 의원 113명 전원이 참여해 ‘포항지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김정재(포항 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올해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계획이다.

발의된 법안은 ‘포항지진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과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등 2개 법안이다.



앞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3월26일 이강덕 포항시장 등과 함께 국회의장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에 협력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지사는 또 이날 국무조정실장을 만나 총리실 산하에 ‘포항 대지진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배상금 지급 대상 심의와 손실 보상을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 피해배상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나

포항시민들은 특별법 제정과 함께 재산피해 배상을 위한 소송도 현재 진행 중이다. 범대위는 이미 2018년 11월 정부와 발전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 2차 소송을 진행했고, 3차 소송을 위해 현재 참여시민을 모집 중이다.

이와 함께 정치권이 추진 중인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그동안 정부의 지진피해 복구 지원을 받지 못한 이재민과 상가 공장 교회 사찰 등도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배상 소송은 최대 2~3년까지 걸릴 수 있지만 특별법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 등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1년 내 개정도 가능하다는 게 범대위의 판단이다.

피해 구제 특별법에는 배상 및 보상금, 위로지원금의 지급 대상과 금액을 결정할 ‘배상·보상 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배상·보상금 및 위로 지원금 신청 대상은 지진발생 당시 포항시 거주자 및 체류자, 사업장 운영자, 근로 및 학업 수행자, 포항에 동산 및 부동산 소유자 등이 포함됐다. 또 포항시의 침체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가 특별지원 방안을 강구해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돼 있다.

11·15포항지진 지열발전공동연구단 내 법률분과에서는 포항시변호사협회와 함께 별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범대위는 3월29일 포항 지열발전소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지진 원인 발표 이후 정부 대응

정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협의회를 갖고 포항지진 진상 규명과 지역발전소 처리, 피해 대응, 지역경제 지원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정·청은 포항지진 지원대책을 이달 추경에 포함시키고 지열발전 기술개발 사업 중단, 현장복구 방안 등을 이달 중에 마련하기로 했다. 지진 진앙에 가까운 포항 흥해의 경우 특별재생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진 원인 발표 직후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사업 관련 절차를 영구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해 안전성 확보 방식으로 원상 복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2019년부터 향후 5년 동안 2천257억 원을 투입해 포항 흥해에서 특별재생사업을 진행해 주택 및 기반시설 정비, 공동시설 설치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포항시민들은 현재 영일만 앞바다 등지에 건설 중인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폐기도 요구하고 있다.

◆지열발전 실험이 지진 촉발

지난 3월20일 대한지질학회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단은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된 지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부조사단 소속으로 독립적 조사를 진행한 해외조사위원회 위원장인 미국 콜로라도대학 쉐민케 교수는 “포항지진은 지열 발전 물주입정 자극에 의해 유발됐다. 물 주입이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단층을 활성화시켜 본진을 유발했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정부조사단은 해외조사위와 국내전문가 연구결과를 종합해 결론을 발표했다. 지열발전은 지하 4km 이상 깊이에 구멍을 뚫어 고압의 물을 주입, 지열로 데워진 물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로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포항지진은 발생 이후 그 원인을 두고 자연지진이냐,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3월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만들어 1년 동안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왔다.

◆포항지진 피해는

규모 5.4 포항지진은 공식측정 이후 역대 두 번째(첫 번째는 규모 5.8 경주지진, 2016년 9월 발생) 규모의 강진이다.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90세대, 200여 명이 여전히 포항 흥해체육관에서 텐트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지진으로 2017년 11월16일 대입 수능이 11월23일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부상 등 인명피해가 135명이나 발생했고, 공식 재산피해는 5만여 건, 850억 원에 달했다. 이재민도 1천800명이나 됐다.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집값 하락, 정신적 피해 등 간접피해 규모는 집계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재 포항시민단체가 추산하는 피해 금액은 5~9조 원 정도에 이른다. 정부는 지진발생 직후 복구비용으로 1천800억 원을 책정했고 현재까지 피해복구가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pjw@idaegu.com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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