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동성로는 대구를 대표하는 중심가다.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 역시 꼭 찾는 메인 도로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성로는 1, 2, 3가로 나뉘어 있다.

동성로 2가는 대구백화점과 한일CGV 주변이고, 동성로 3가는 약령시 일원으로 현재까지 시민들이 많이 찾는 거리다.

동성로1가는 대우빌딩 뒤쪽 거리로 한국영상박물관과 그레이스실버영화관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같은 동성로이지만 골목 안 점포는 슬럼화가 진행되면서 인적마저 뚝 끊겼다.

40여년 전만 해도 대구의 중심 상권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중심 상권 역시 이동했고, 동성로 1가는 구도심으로 전락했다.

세월의 흔적처럼 그대로 멈춰있는 듯한 현재 동성로 1가의 모습을 조명하고 활로를 모색해본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 대구 동성로 지하상가 13번 출구에서 대구역까지 이어지는 동성로 1가의 한 골목 앞.

통신대리점, 쥬얼리 숍, 의류매장, 음식점 등 다양한 점포들이 밀집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행자 거리 뒤편 골목 안으로 향하자 도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2m 남짓의 골목 양쪽에 자리한 점포들은 모두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건물 출입구 곳곳에 깨진 유리창과 출입구 사이에는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버려져 있었다.

이날 오후 9시께 골목 곳곳은 어둠이 내려앉자 더욱 싸늘하고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주말 저녁 손님들을 맞는 건물 네온사인으로 요란한 큰 길가와는 대조적이었다.

한 골목은 폐허가 된 건물 주변으로 생활폐기물이 마구 쌓여 있는가 하면 뒤엉킨 전선과 허름한 건물 골격은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도심 골목에 숨어든 전당포와 성인 PC방 주변의 10m 간격으로 설치된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이곳을 밝혀줄 뿐이었다.

한때 대구지역 상권의 중심이었던 동성로 1가 일대 골목이 슬럼화되면서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동성로 1가 골목의 슬럼화는 1990년대 동성로 상권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시작됐다.

젊은 층을 유입할 만한 콘텐츠를 유지하지 못한 채 이곳이 시가지로 향하는 이동 통로로만 여겨지면서 더욱 심화됐다. 주택 및 상가 수십 채가 정비되지 못한 채 표류했고 수십 년간 방치되면서 슬럼화가 가속화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성로 1가 일대에는 주택, 상가 등의 건물 40여 채가 밀집해 있다. 점포만 100곳이 넘는다.

부동산 관계자는 “한 건물당 등록된 점포만 2~3곳이고 노면과 골목 점포의 임대료 차이만 3.3㎡(1평)당 20% 이상 나지만 노면과 달리 골목 안은 점포를 찾는 사람은 아예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상인회와 주민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양기환 동성로 상인회장은 “최근 동성로 1가는 2·3가와 달리 저녁 시간에는 찾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죽은 골목이다”며 “골목에 위치한 빈 건물에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어 바깥 사정과 달리 상권 활성화도 희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슬럼화로 절도와 폭력 등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우범 대구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 경위는 “골목이 으슥한 탓에 폭력 사건도 빈번히 일어나는 편”이라며 “노면에 쥬얼리 숍이나 통신 대리점 등이 밀집돼 절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동성로 1가의 유지 및 보수 등 재정비 등 이렇다 할 도시계획은 전무한 상태다.

중구청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동성로 1가의 재정비 보다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교동시장과 향촌동 수제화 거리 사업 등 주변 활성화만 치중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예산 편성 등이 쉽지 않아 동성로 1가 전체를 탈바꿈하기가 쉽지 않다”며 “몇 년 전부터 이 지역이 슬럼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재정비 사업 등 활성화 대책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