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와 함께 강풍과 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역삼동 라움아트센터 주변에는 400여 명이 몰려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집회를 벌인 이들은 “회장님 우리를 살려주세요”, “4.5평에 135억 원이 진짜인가요?”라는 구회를 외쳤다. 대구시 수성구 수성범어지역주택 조합원들이다.

조합원들은 “개발업자 A씨가 전체 사업부지 3만3천여㎡(1만여 평) 중 고작 15㎡(4.5평)를 무려 135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탓에 주택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올 상반기로 예정된 분양 일정에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189-2)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1천868가구를 짓는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은 3월 현재 95.7%의 토지를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상반기 중 착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업부지 내 도로 15㎡에 135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것을 알게 됐다.

설정권자 A씨가 감정평가 금액 3천600만 원(㎡당 790만 원)가량인 토지에 375배에 달하는 금액을 설정한 것이다. 십수 년 전 A씨가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 부지에서 시행사업을 하는 과정에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근저당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은 이 근저당권을 말소하고자 공유물분할등기 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을 받았으며 경매기일은 3월25일로 지정됐다.

조합은 또 A씨 소유 수십평의 2필지 토지에 대해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조합에 따르면 근저당권자 A씨는 법원에 경매집행정지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또 매도청구소송 재판부를 변경하려는 등 사업을 지연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서울 서초동 등에서 고급주택을 시행하는 중견 건설사의 대표로 알려졌다.

문제는 영문도 모르는 채권·채무 관계로 분양이 늦어지면서 조합이 한 달에 금융이자만 15억 원가량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조합원은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있는 돈 없는 돈 털어 이제 겨우 내 집이 생기는 꿈에 부풀었는데 난데없이 이런 일이 생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조합이 A씨에게 제기한 매도청구소송은 사업승인을 받고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져야 하는데도 사업승인 전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현재 조합이 진행 중인 소송은 법적인 절차에 맞지 않기에 소송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 관계자는 “재판기일을 정하고 합의조정을 하는 재판과정이 사업승인 후 3개월이라는 물리적 기간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며 “만약 소송 제기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법원이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고 반박했다.



▲ 대구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사업부지 내 15㎡에 135억 원을 근저당 설정한 건설업자 A씨의 서울 역삼동 사무실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 대구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원들이 지난 23일 사업부지 내 15㎡에 135억 원을 근저당 설정한 건설업자 A씨의 서울 역삼동 사무실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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