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들 “맹수와 한 공간에 있으며 반려동물 공포감 느낀다”우려||대구시 호랑이 변 야생동

대구시가 계획 중인 동물테마파크 내 반려동물테마파크 건설을 두고 수의사 등 전문가들의 우려가 높다.

동물원 내 호랑이, 사자 등 맹수들의 냄새, 울음소리가 반려동물에게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2022년까지 수성구 범안로 삼덕요금소 북서편 57만㎡ 부지에 동물원 시설, 반려동물 테마시설, 숲 놀이시설, 산림생태 교육시설 등이 들어서는 동물테마파크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대구경북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동물테마파크 조성 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테마파크 부지의 북편 끝쪽으로 동물원 시설이 들어서고 가운데는 숲 놀이시설과 산림생태 교육시설, 부지 남쪽 편에는 반려동물 테마시설이 계획돼 있다.

동물원과 반려동물 테마파크 사이에 숲놀이시설 등이 위치했지만 두 시설의 최대 이격 거리는 800m 정도다.

지역 수의사계에서는 사자, 호랑이 등 맹수들을 수용하는 동물원 내에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뛰어다니는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생동물 센터 근무 경험이 있는 지역 한 수의사는 “동물들은 천적을 만나면 경험 때문에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유전자 작용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는 일본에서의 연구결과가 있다”며 “예를 들어 쥐가 여우 냄새를 맡으면 특정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 때문에 통증과 비슷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는 동물이 포식자에 대해 갖는 공포가 후천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유전자 차원에서 선천적으로 형성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라고 조언했다.

수의사회장 출신 수의사는 “동물들이 천적에 대한 위험을 평가하는 것은 동물적 본능이다. 자기 보존과 번식을 위한 필수적 요소다. 천적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은 매일 공포 속에서 생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개의 경우 후각 능력은 사람의 100만 배 이상이고 사람은 2만㎐까지 소리를 감지하는데 비해 개는 3만5천㎐ 이상을 들을 수 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개들은 맹수들의 냄새와 소리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정선국유림관리소는 2013년 야생동물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된장, 소엽, 호랑이 변, 목초액 등을 모니터링해 기피물질 효과를 분석한 결과 호랑이 변이 가장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사슴농장과 멧돼지농장에서 간접적인 실험을 한 결과 호랑이 변에는 크게 반응해 사슴은 먹이를 먹으러 오지 않았고 멧돼지는 얌전해졌다고 관리소 측은 밝혔다.

대구시는 이 같은 우려가 있는 것은 알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만큼 동물원과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함께 건설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과거 달성공원에서도 호랑이 변을 농가에 기부하는 대장이 있었으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가져가지 않는다”며 “이 같은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달성공원 운영 경험치상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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