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파란 하늘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길을 나섰다. ‘골 건강 심포지엄’이 있어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대전을 지나니 차창으로 비 내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짜 작 짜 작’ 빗방울이 고속열차에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파릇파릇 물이 오르고 있던 봄의 대지에 세찬 비바람이 몰아친다. 겨우 밀고 나오던 봄의 싹들이 화들짝 놀라 다시 거북목처럼 움츠릴 것 같다.

서울에 내렸다. 지하철을 타러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다 보니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기온은 바닥으로 떨어져 오스스 한기가 느껴진다. 우산을 찾아 가방에 손을 넣으니 만져지지 않는다. 집에서 나올 때 챙겨서 나오기는 했지만, 기억력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나 보다. 역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두고 온 모양이니 말이다. 지하철 출구 계단 끝에 서서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비를 맞고 그냥 나가볼까? 우산을 씌워주는 좋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볼까? 망설이고 있는 나의 마음을 읽은 듯이 아주머니 한 분이 우산을 들고 내게 다가온다. “얼른 들어와요, 차 타는 데까지 데려다줄게요.” 감사의 인사를 눈으로 전하며 행선지를 말하니 버스 정류장을 지나 호텔 앞까지 한참을 걸어서 바래다주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른 아침, 으슬으슬해진 몸으로 세미나장으로 향한다. 세미나가 열리는 대학에 들어서니, 차가운 날씨에도 강당엔 벌써 연자와 등록자들로 가득하다. 골 건강에 대한 대단한 열기를 실감하며 겨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어떻게 하면 골다공증이나 약화된 뼈에 대해 별다른 아픈 증상 없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문득 몽골의 씩씩하고 튼튼한 아이들이 생각난다. 드넓은 초원을 뛰어다니며 마음껏 말을 타고 달리던 아이들이 아니던가. 머리에 대한 믿음도 강해 함부로 머리카락도 자르지 않는다고 하던 이들이지 않던가.

한 번은 신생아실에 입원한 아이의 혈관 주사를 놓아야 해서 아무리 찾아도 혈관 주사 놓을 자리를 찾지 못해 간호사가 머리를 조금 깎았다. 이튿날 면회를 온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하며 슬퍼하였다. 수지발부는 함부로 손상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조상님들처럼 몽골에서의 믿음은 더한 모양이었다. 남자아이는 태어나면 고이고이 머리카락을 여자아이처럼 길러서 한 살이나 세 살 또는 다섯 살 일곱 살 등 홀수 해가 되었을 때, 명망 높은 집안의 어른이 좋은 날을 받아서 지인과 친척을 다 불러서 축하해주면서 자치를 벌인다고 하지 않던가. 머리카락을 조금씩 자르면서 축복의 말씀을 해주고 축의금을 내면서 그 아이의 인생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인데 그것을 아무런 통고도 없이 잘라버렸으니, 그 어머니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몽골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말달리는 아이들의 체질을 타고나는 것 같다. 허벅지는 단단한 근육질로 태어나고 골격이 훤칠하여 정말이지 기마민족임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 자연의 음식을 먹고 맑은 태양 빛을 마음껏 받으며 마음껏 뛰논다면 평생 뼈의 건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으랴 싶다.

뼈의 건강, 골 건강은 뭐니 뭐니 해도 유전적인 것을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음식과 환경에 대한 노력도 중요하리라. 어릴 때부터 칼슘과 비타민 디가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마음껏 뛰놀게 하여 뼈를 튼튼하게 해주어야 한다. 언제든지 밖에 나가 놀 수 있는 환경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실내에서 하는 운동으로라도 골의 밀도를 높여서 유지해 놓아야 한다. 어릴 때 마음껏 뛰놀게 하고 운동은 무엇이든지 간에 하나를 선택해서 운동하지 않는 날이면 밥을 먹지 않은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 들도록 습관화하여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는 며칠 전 전화에서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시간이 없어요.’ 라며 울먹였다. 초등 신입생이 이런 실정일진데 중. 고등학생은 오죽하랴. 골 건강을 위해 운동하러 나간다고 하면 좋아하실 부모님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건강이 최고의 인생 자산이며 투자일 터이다. 그중에서도 골 건강은 평생을 걸으면서 쌓을 수 있는 핵심자산이지 않으랴 싶다. 그러니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그저 그래서’ 골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해보자. 이번 봄에는 특히!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힘차게 팔 흔들며, 신나게 걸어보자. 씩씩하게 걸으면, 뇌는 본능적으로 좋아할 것이고 골 건강은 덩달아 더 나아질 터이니.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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