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외제차를 타고 온 젊은이가 기름값 몇백 원이 아까워 더 싼 주유소를 찾아다닌다는 이야기는 믿고 싶지도 않지만 사실이었다. 외제차 교통사고가 났는데, 사고 승용차는 처음 렌트한 사람으로부터 3차로 하루 13만 원을 주고 재임대해 빌려 타는 10대 무면허로 밝혀진 것이다. 그렇게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외제차를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욕망을 경제 논리나 상식적 인지력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경제는 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어섰다지만 개인의 지갑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오히려 더욱 가난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의 열패감은 더 이상 소유에 대한 욕심을 꺾어 버렸다. 대신 누리고 체험하는 현실형으로 바뀌어간다고 사회학자들은 설명한다.

지인들과 팔공산 어느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는 인근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 커피숍이 그냥 커피숍과는 무엇인가 달랐다. 이런 산중에 이런 호화 대규모 커피숍이라니. 산중 커피숍이라고 생각했으나 도심에서 30분이면 닿는 곳이니 산속이라고 지레 선입견을 가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소한 분위기에도 감동하고 작은 서비스 하나에도 흔쾌히 지감을 여는 소비 심리가 일상 곳곳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 가을 광주에서 손님이 왔을 때 시내에서 식사 후 대구 구경을 하고 싶다기에 팔공산으로 안내했던 적이 있었다. 가까운 곳에 팔공산이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일행을 안내했다. 팔공산의 천년 고찰도 둘러봤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대구 시가지도 내려다보았다. 마침 가을이라 단풍객들이 팔공산 일주도로를 메우고 있었다. 광주 무등산을 자랑하기에 대구 팔공산이 비록 도립공원이지만 지세와 풍광이나 역사, 문화재에서 광주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이리 저리 구경하다가 어느 커피숍에서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때 우리가 찾은 팔공산의 커피숍은 이미 많은 손님들이 들어서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래, 디저트라도 호화롭게, 폼 한번 잡아보겠다는 사람들의 욕망을 구태여 나무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지난 12일 대구스타디움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나타났다. 그날 대구스타디움에서는 대구FC와 중국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축구경기가 있었고 광저우 팬 1천500명이 대구로 와서 응원전을 펼쳤다. 중국 관광객이 대구로 온 것은 단순히 축구 경기 응원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구시의 중국 현지 관광객 유치노력이 빛을 본 것이지만 무엇인가 보여주려는 노력이 단순히 대구 관광지 홍보보다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권 시장은 스탠드에서 일어서서 두 손을 번쩍 들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했다. 권 시장의 축구경기장 방문은 중국에서 온 광저우 축구팬에 대한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손님맞이 예의였다. 중국 축구 응원단들은 대구에 머무는 동안 대구 평화시장에서 치맥을 즐기고 서문시장을 찾는 등 대구 관광도 했다. 광저우 축구팬들은 자기 팀 선수를 응원하러 바다 건너 이웃나라로 왔다가 상대팀 소속 자치단체장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응원했다는 데서 작은 감동을 느꼈을 수도 있다. 닭똥집 구이에 생맥주 한 잔, 그것도 이국의 도시에서 맛보는 나름의 낭만이 될 것이다. 이런 진심이 감동으로 이어져 2020년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성공으로 이끄는 작은 밀알이 되길 바란다.

민박체험, 1박하면서 농촌 구들방에서 겨울 구들방에서 몸을 녹이고 장작불 땐 온돌방, 불편한 화장실 체험, 그러나 방음, 대구의 한옥호텔, 그리고 산사에서의 체험. 누구나 상상하는 농촌 한옥체험, 그 이상의 것. 서비스다. 불편함을 서비스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들이고 그들이 감동을 하도록 만드는 거다.

이젠 웬만해서는 감동하지 않는 무딘 현대인에게 진심으로 서비스한다. 김치 한 가지, 된장찌개 하나라도 정성으로 올려 가슴을 움직이게 만들라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장가계나 천문산 유리잔도 같은 천연자원도 없고 산악 엘리베이터나 산악 케이블카 같은 대형 관광시설도 없다. 우리의 자원이라면 체험하게 하고 서비스로 승부하는 거다. 그 과정이 사람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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