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립대학이 고액의 발전기금 기부자를 최고 예우로 ‘대접’하고 있다.

주로 억 단위 이상 고액 기부자에 대해 이뤄지는 대학의 예우는 표면적으로 기부자의 뜻을 기린다는 의미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10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 속에 교육 투자나 설비 확충에 발전기금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사립대학의 현실이 감안됐다.

여기에 발전기금마저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점도 더해진다.

지역 A대학은 2010년 25억 원을 넘긴 발전기금이 지난해 17억여 원으로 30%이상 뚝 줄었다. B대학 역시 10년 전 41억 원을 넘겼으나 지난해는 25억 원대로 떨어졌다. 대학마다 고액 기부자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자 대구대학교는 올해 역점 사업으로 아예 네이밍 발전기금을 꼽았다. 금액별 기준에 따라 건축물, 강의실같은 공간이나 학교 구조물에 기부자가 원하는 내용으로 동판 또는 명패를 제작하는 내용이다.

5억 원 이상에는 건물에 기부자 이름을 붙이고, 5천만 원 이상 강당, 1천만 원 이상은 강의실이나 세미나실에 이름을 붙인다. 1억 원 이상에는 교내 구간별 거리에 이름을 사용키로 했다.

실제로 권정호 명예교수가 최근 소장품 100여점과 발전기금 3억 원을 기탁하자 대학은 교내에 권정호 미술관을 설치키로 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도 지난달 애국지사 정행돈 선생의 후손 4명이 20억 원을 기부하자, 그와 부인, 후손 3명까지 모두 5명의 흉상을 제막키로 했다. 20억 원은 한 해 모으는 대학의 기부금 총액과 맞 먹는 규모인 만큼 기부자에 더욱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남대도 고액 기부자 명의의 강의실과 기탁자 이력이 포함된 기념동판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삼일방직 노회찬 회장의 이름을 딴 ‘노희찬 강의실’을 만들었고 9월에는 ‘이시원 강의실’(부천 이시원 회장), 12월 ‘정태일 강의실’(한국OSG 정태일 대표)까지 3개의 강의실을 만들었다. 이들은 꾸준히 대학 내 교육기부 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사립대학이 재정난을 겪는 가운데 기부자 이름을 을 딴 건물명 등의 예우가 단시간에 효과를 내는 건 아니지만 입소문이 나면 또다른 기부로 연결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서 대학이 이들의 예우에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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