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불법 유세 여전한 조합장 선거

전국의 농·수협, 산림조합의 대표를 뽑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5년 1회에 이어 13일 열린 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운동 기간에도 각종 불법과 혼탁 양상이 재연됐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에 가까운 조합장 권력의 자리를 움켜지기 위해 반복되는 난맥상에 대한 근본적 처방을 더 이상 외면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반복되는 혼탁선거

13일 기준 대구·경북지역 조합장 선거와 관련된 고발 건수는 모두 121건이다. 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인 2015년에는 138건이었다.

경북에 비해 대구는 크게 증가했다. 모두 31건으로 고발 11건, 수사 의뢰 1건, 경고 18건 등이다. 1회 선거 19건 대비 72.2% 증가했다.

1회 조합장선거 관련 조치 건수는 선거 이후 건수도 포함됐기 때문에 2회 선거의 총 건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합장선거 과정에서도 불법 선거 운동이 난무했다.

대구 달성군에서는 농협 조합원 10명의 집을 방문해 현금 30만 원씩을 제공한 한 후보자의 친족이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 조합원은 현금을 받은 뒤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수해 과태료 부과를 면했다.

달성군 선관위는 추가로 금품을 받은 조합원이 있을 것으로 보고 해당 농협 조합원 전원에게 자수를 권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시의 조합장 출마 예정자인 B씨는 지난달 16일 지지를 부탁하며 조합원 100명에게 최소 4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포항에서는 지난 7일 선거운동 지원·지지를 부탁하며 조합원을 포함한 2명에게 600만 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후보자 C씨가 검찰에 고발당했다.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제35조에 따르면 누구든 기부행위 제한 기간에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농협 중앙회는 올해 깨끗한 선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공명선거 종합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과 부정선거 신고포상금을 기존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향상시키고 관련 유관기관 간 선거 관련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실효성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선거제도 개선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우선 과도한 선거운동 제한 등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속히 바로 잡기 위해 국회, 중앙선관위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2015년 1회 선거 후 후보자 배우자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대담 및 토론회를 개최하도록 하는 한편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또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불법 행위 예방을 위해 농업협동조합법 관련 규정을 정비해 일선 조합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합장 권력은 ‘무소불위’

이번 선거에서 대구는 21개 투표소에서 모두 26곳의 조합장이 선출됐다. 경북에서는 272개 투표소에서 180명의 조합장이 뽑혔다. 참여 가능한 유권자 수는 약 35만 명에 이른다.

조합장은 지역의 권력이라는 인식이 강해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이 높은 만큼 문제점도 함께 발생했다. 그동안 돈 선거라는 악습이 계속됐는데 올해 조합장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관련 업계는 조합장의 권한과 역할이 강력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당선만 되자’는 식의 생각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장에 당선되면 바로 지역의 ‘기관장급’ 대우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지역 행사에서 국회의원, 단체장, 다음으로 조합장이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조합장 당선은 지역 유지의 반열로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조합장의 권력은 사업 결정권에서도 나온다.

조합장의 임기는 4년이고 상임과 비상임으로 나뉜다. 연임에 대한 규정은 조합마다 각각 다르다. 이중 농협·산림조합 비상임은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조합장이 될 수 있다.

조합장에게는 조합의 주요 사업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다. 인사 권한은 물론 금융 관련 대출금리나 한도 등을 정하고 농수산물과 마트, 주유소 등 운영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크다.

조합장의 높은 연봉도 한몫한다. 평균 연봉은 5천만~1억 원 수준이다. 이것은 기본 급여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합장의 또 다른 연봉은 수익사업을 통한 성과급이다. 성과급에는 업무추진비, 영농활동비, 유류비 등이 포함돼 별도로 지급된다.

특히 조합의 각 부서에 있는 업무추진비는 모두 조합장이 사용하고 실질적인 전체 연봉은 기본 급여의 두 배 정도로 보면 된다는 게 지역 조합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북의 한 조합원은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을 움켜지기 위해 온갖 불법 선거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관련 기관들이 공명선거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깨끗한 선거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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