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아침논단

미세먼지 대책, 정녕 없나

이 상 섭

객원논설위원

전 경북도립대교수

봄은 왔건만 먼지 지옥이다. 1급 발암물질이란 미세먼지가 연일 온 천지를 뒤덮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의 농도가 한때 161μg/m³에 200μg/m³이 넘는 곳까지 세계최악이다. 이러다가 통째로 질식할 것 같은 집단공포에 시달린다. 숨을 제대로 쉴 수도 피할 곳도 없다. 이제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무력감에 빠진 게 현실이다.

참으로 불안한 나날들이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부모, 노부모를 둔 자식, 호흡기 질환을 앓는 가족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요즘 젊은 주부들 사이에선 기형아가 나올 것이 우려돼 해외로 이주해야 한다는 말까지 퍼진다고 한다.

온 국민이 난리인데도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곤 ‘안전안내 문자, 마스크 착용, 노약자 외출삼가’라는 말 뿐이라는 것이 더 문제라고 한다. ‘이게 무슨 정부냐’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충분히 예견되었는데도 뚜렷한 대책은커녕 중국 탓만 해온 정부가 원죄로 보인다. 정치권은 대북제재완화와 4대강 보(洑)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정부와 여‧야가 내놓은 대책도 공염불 같다. 지난 2일,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총리는 “정부는 통렬한 반성과 취약시설에 물청소, 부처 장관은 현장점검을 나가라”고 했다니 ‘비 오고 바람 불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로 밖에 안 들려서이다.

뾰쪽한 대책이 없는 모양이다. 환경부장관도 시‧도 부단체장과의 긴급점검 화상회의에서 “고농도 미세먼지는 재난상황으로 인식하고 빈틈없이 대응해 달라” 는 의례적인 말만 했기에 더하다.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내놓았지만, 결론은 ‘중국과의 담판’이었고, 여론도 한‧중 정상회담을 빨리 열어 중국과 협의해야 한다가 압도적이다.

대통령이 나섰다. 중국과 비상저감조치 동시시행, 서해상공의 인공강우, 예보시스템 공동추진 등을 지시했으나 말처럼 간단치 않다. 문 대통령 말에 중국 국무부 대변인 루캉(陸慷)은 소위 ‘번지를 잘 못 집었다’는 투의 성명을 냈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중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나 도와달라면 모를까하는 식이고, 이 같은 무례에도 말 한마디 못하는 우리의 실정에 가슴이 미어 온다.

정녕 대책이 없나. 강력하고도 절박한 접근이 답이다. 대통령은 베이징을 찾아 시진평부터 만나는 일이다. 지난번 한‧중 정상간 합의로 설립된 ‘한‧중 환경 센터’를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하고, 과학적인 근거제시로 중국 발 미세먼지 양을 줄이도록하는 노력이 최우선과제다.

그러려면 주중대사의 역할이 크다. 문 대통령의 지난 방중 때 ‘혼밥’ 논란은 외교라인의 실수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당시 노영민 대사는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다. 대통령의 코드인사라는 말은 차치하라도 말이다.

야당이 될 각오로 미세먼지만은 잡겠다는 의지가 먼저다. 지지층의 이탈이 있더라도 정책전환이 요구된다. 에너지정책부터 재검토해 원전 문제를 재고 해 볼 필요도 있다. 서해상에서 기술부족으로 실패한 인공강우도 선진기술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께 진솔한 당부와 솔선수범도 중하다. 파리와 런던, 멕시코시티와 싱가포르의 성공은 시민들의 참여 속에 강력한 단속과 외교였다.

100만 명의 공무원과 공공기관부터 앞장서야 가능하다. 예산을 더 투입해서라도 유해물질 유발업체, 노후차량, 오래된 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귀한 건 없다. 헌법에 명시된 ‘긴급명령의 발동’도 환경문제를 두고서는 검토할 때다. 푸른 나라공약과 국민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실기(失期)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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