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일의 날이 밝았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선거 막판까지 불법과 혼탁이 기승을 부렸다.

지난 11일 현재 대구지검에 60명이 불법 선거운동으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중 3명은 구속됐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때보다 20% 늘어났다고 한다. 현금을 뿌리다가 적발된 금품선거 사범이 47명으로 가장 많다. 나머지는 거짓말 사범 등이다.

경찰과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 중인 사건까지 합치면 수사 대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합장 선거 때마다 과열·혼탁으로 얼룩진다. 사법당국에 구속돼 패가망신하는 사례도 적잖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모두가 조합장이 되려고 목을 맬까. 처우가 좋고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조합장은 통상 1억 원 안팎의 고액 연봉을 받는다. 판공비도 최대 2억 원까지 쓸 수 있다. 조합의 인사, 예산, 사업 등 거의 전권을 휘두른다.

이렇다 보니 기를 쓰고 덤벼드는 것이다. 조합장은 다음에 지방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도 열려있다. 지명도와 인맥관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이 짧은 데다 유권자인 조합원이라야 기껏 수백~수천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농·어촌 등지의 지역 특성상 혈연과 지연으로 얽혀 있어 표를 매수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그렇다 보니 향응과 금품이 오가는 돈 선거가 되기 일쑤이다.

조합장 선거가 전국 동시에 치러지는 것은 2015년 이후 두 번째다. 부정선거를 방지하고 선거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중앙선관위가 일괄 관리해 동시선거 방식이 도입됐다. 하지만 이것도 별무소용이다. 선거판에서는 막대한 포상금과 엄중한 형사처벌도 쇠귀에 경 읽기가 돼버린다. 그냥 아귀다툼만 벌인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13일 전국 1천823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농·축협 1천113곳 등 수협과 산림조합 등 모두 1천344개 조합의 대표자를 선출한다. 선거권자만 약 225만 명이나 된다. 경쟁률이 평균 2.6대 1이다. 2015년 제1회 선거 때의 2.7대 1보다 낮아졌다.

이제 그 치열했던 선거운동도 끝났다. 차분히 조합을 위한 인물을 뽑아야 할 때다. 조합원들은 누가 조합을 위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잘 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일지 몰라도 후보의 정책과 인물 됨됨이를 보고 투표해 내가 소속해 있는 조합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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