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길수 영남대 총장
▲ 서길수 영남대 총장
영남대 서길수 총장은 사립대학의 경쟁력을 교육의 본질에서 살핀다. 교육 콘텐츠의 다양화와 질적 업그레이드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임기 반환점을 돈 서길수 총장을 최근 학교 집무실에서 만나 대학의 비전과 경쟁력 방안 등 계획을 들어봤다.

2017년 2월 총장에 취임한 그는 ‘향후 4년의 시간이 영남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학령인구 급감과 10년 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에 따른 위기감의 표현이다.

서 총장은 “이제야 말로 제대로 된 대학 혁신이 요구된다”고 하면서 “교육의 질, 즉 교육 콘텐츠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남대는 올해 처장을 본부장으로 교육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교육혁신본부를 신설했다. 혁신본부는 전공 교과는 물론 교양수업의 질적 향상과 대학의 특성화 방안 등을 고민하게 된다.

교육 혁신에 팔을 걷었지만 당장 눈에 띄는 변화나 성과를 위한 인위적 학과개편에는 선을 그었다.

대학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기술 위주나 직업교육같은 취업 관련 학과로 재편에 나서지만 이같은 직업교육화 시류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그는 “4년제 대학에서도 기술이나 취업위주 학과 신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축구로 예를 들면 모든 선수가 골대만 바라보고 뛰어가는 형국”이라고 꼬집으면서 영남대는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겠다고 했다.

서 총장은 “사회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인문학을 육성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IT회사에 순수기술자는 사실 많지 않다.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하고 이는 인문학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 발전은 인문과 기술의 융합, 그리고 교과목들의 균형 개발이 전제되야 한다는 것.

2년 전 취임사에서 밝힌 ‘교육거점대학으로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것도 교육 본질에 대한 이야기다.

교육혁신과 더불어 서 총장이 우선 과제로 정한 또 다른 한 축은 재정 건전성이다.

“위기로까지 불리던 대학의 재정난을 비롯한 여러 복잡한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그동안은 얽힌 실태래 풀 듯 내부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시간이었다”며 지난 시간을 회고한 그는 재정 문제에 자신감을 보였다.

사립대학의 심각한 적자 재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영남대도 서 총장과 한재숙 영남학원 이사장 취임 후 경상경비부터 줄이는 등 교직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균등 재정에 공을 들였고 또 성과도 이뤄냈다.

그는 “재단의 지지와 신뢰 속에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줄이고 아꼈다”며 교직원들의 희생으로 균등 재정에 들어섰다고 털어놨다.

안으로 교육과 살림에 공을 들였다면 대외적으로 그는 대학의 공적 역할에 주목했다.

영남대가 꾸준히 지역의 사랑을 받아온 만큼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 역시 서 총장의 끝나지 않는 고민 중 하나다.

▲ 서길수 영남대 총장은 20대의 무한가능성과 힘을 믿으며 대학이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토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 서길수 영남대 총장은 20대의 무한가능성과 힘을 믿으며 대학이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토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문 앞 골목가에 20대 문화를 불어넣을 방법을 찾고 있다.

영남대 정문 앞 상가 골목을 이른바 홍대거리처럼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하는 것. 이를 위해 서 총장은 경북도와 경산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금의 학교 앞 골목에는 상가만 있고 문화는 빠져 있다”고 진단하면서 “20대 청년들의 문화가 꽃피고, 창업이 이뤄지는 아이디어가 모이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대에 온라인쇼핑몰을 창업한 뒤 최근 4천억 원에 회사를 매각한 ‘스타일난다’의 창업주와 글로벌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 등을 예로 들면서 20대에는 대체불가능한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은 20대 청년들의 희망을 만들어 주는 토대가 돼야 한다. 20대는 무한 가능성의 에너지가 있다”고 밝힌 서 총장은 30여년 전부터 월급의 일부분을 떼서 학교에 기부한 금액이 얼마 전 1억 원을 넘겼다.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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