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때까지 나는 내신 90%의 소위 말하는 불량학생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특성화고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한 사촌 형을 보고 ‘나도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진학해 성공적인 취업을 해서 멋진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마음을 굳게 먹은 후 마이스터고 진학을 위해 학업 성적에 매진했고 3학년 1학기 내신성적 10%대 진입, 전체성적 30%로 경북기계공고에 입학했다.

입학 후 1학년 때 내신성적 관리와 마이스터 역량 인증제도를 잘 활용하면 현대자동차에 취업할 수 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첫 목표를 ‘현대자동차 입사’에 뒀다. 지원 추천서를 받기 위해서는 기계계열 전교 10등의 성적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에 막막함을 느꼈다.

하지만 중학교때 ‘나도 할 수 있다’는 경험이 ‘가능성’이라는 희망의 길을 열어줬다.

그때부터 전교 10등을 목표로 공부했다. ‘강성태의 66일 공부법’이라는 동영상을 통해 습관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하교 후 기숙사에서 매일 2시간씩 예습과 복습을 반복했다.

시험 4주 전부터는 새벽 1시까지 공부하고 부족한 부분은 자료를 찾거나 선생님께 개별 질문을 하면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전공시험은 용접, 선반, CAD, 재료시험 등 총 10가지 실습인데 주어진 실습 과제를 매사 현대자동차 입사를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수행했다.





▲ 송호근군은 청소년봉사단체 도담에서 활동하면서 지역 요양원 등 지역 소외계층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 송호근군은 청소년봉사단체 도담에서 활동하면서 지역 요양원 등 지역 소외계층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주말에는 도서관, 주차장 봉사를 다니며 100시간 봉사시간으로 나눔의 의미를 알게 됐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차별화된 능력이 있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선반기능사 취득에 도전했고 1학년 학생 중 유일한 자격증 취득자가 돼 높은 마이스터 인증제 점수를 얻었다. 이러한 노력들로 1학년 기계계열 전교 9등의 결과를 얻어 현대자동차 추천서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면접이 끝난 후 마음속으로 합격을 외치며 면접장을 나왔지만 결과는 불합격. 1년 동안 ‘현대자동차 입사’를 목표로 공부했기에 상실감도 컸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1학년 때 포스코 견학 경험을 떠올리며 다음 목표를 포스코로 정했다. 포스코 입사를 위해 금속과에 진학했고, 개인 견학도 갔다.

1학년 견학때에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빨리 공장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2학년들어 과에서 압연 기술을 배운 후에는 현장이 달라 보였다.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각 설비의 역할과 제조공정을 실제로 보고 알아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압연 기술자라는 목표를 가진 후 포스코에 입사한다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학과 1등 내신성적을 얻었고 자격증 또한 9개를 취득했다.

대구 청소년 봉사단체 ‘도담’에도 가입했다. 단원들과 요양원, 장애우 아동 보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장애우 아동 보호시설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일반 아이들과 달리 정해진 시간에 따라 생활하는 장애우들과 몸이 아파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보며 내가 도움을 줘야 할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봉사단체 회장을 맡아 다른 봉사단체와 연합 봉사를 계획하는 등 동아리를 위해 노력했던 경험들로 포스코 자기소개서를 쉽게 작성할 수 있었다.

자기소개서 항목 중 ‘타인을 돕거나 같이 협동해 성취를 이뤘던 경험에 대해 서술해 달라’는 질문에 봉사하며 느꼈던 생각을 바탕으로 진심을 담아 나만의 스토리를 전달했다.

‘어떤 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면접관 질문에도 서슴없이 답변했고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200시간의 경험은 합격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2018년 10월 포스코 채용이 시작됐다.

1차는 자소서와 이력서로 평가된다. 대구시교육청 취업지원센터 양승철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나의 스펙을 언급하며 자랑하는 글이 아닌 가치관 중심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작성했다.

2년 동안 쌓았던 9개의 자격증, 교내 수상 실적, 200시간 봉사 실적이라는 노력을 보여줬고 무사히 1차 전형을 통과했다.

2차에서는 서술형 평가, 인성검사, 전공면접, 인성면접으로 이뤄졌다. 서술형 평가는 기업정보에 대한 문제인데 스펙업이라는 포털사이트에서 포스코 기업분석 자료집을 받아 7개월간 포스코에 관해 공부했던 덕분에 빈칸 없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전공면접에서는 포스코에서 하는 주요 기술인 제선, 제강, 압연에 대한 질문으로 여름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이 3가지 기술을 공부해 모든 질문에 당당하게 답했다.

인성면접을 준비할 때 ‘현대자동차에서 왜 떨어졌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면접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을 한 게 떠올랐고 선배들과 모의 면접연습을 하면서 솔직하게 생각 그대로를 전달하려 했다.

포스코에 왜 지원을 하게 됐는지, 어떤 직무를 맡고 싶은지 등의 질문에서 포항제철소로 개인견학을 간 기억을 떠올리며 답변했고 2차에서도 합격했다.

3차 임원면접은 상황면접으로 진행됐는데 친구들과 질문리스트를 만들어 서로 질문하며 모의 면접을 했고 ‘최종 합격’이라는 값진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에 떨어지고 나서 포스코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내가 정말 취업이 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두려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를 견뎌낸 후 얻게 된 합격은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결과물이었다.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취업 후기를 들려주며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반드시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졸업까지 남아있는 1년의 시간을 취업을 위해 준비하는 후배들과 동기 친구들에게 나눔을 전달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다. 2년 동안 많은 응원으로 힘이 된 가족, 정보와 입사를 위해 노력해주신 선생님과 선배, 친구, 봉사동아리 ‘도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경북기계공고 / 금속가공과 3학년 재학생 / 송 호 근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