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보안내기 설치된 정류장 30%가 아파트 명칭||-민원폭증에 공공기관 명칭 잃은 정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시내버스 정류장 명칭 쟁탈전이 치열하다.

입주민들이 해당 아파트 단지 이름 적용을 요구하면서 지리적 특성을 살린 버스정류장 명칭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4일 대구시와 구·군청에 따르면 버스정보안내기가 설치된 지역 내 정류장 1천174곳 중 아파트 단지 이름이 명칭인 버스정류장은 290곳으로 24.7%를 차지한다.

학교나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시설 위주로 사용하던 시내버스 정류장 명칭이 아파트 이름으로 변경되면서 시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구의 ‘중리롯데캐슬정문앞’ 정류장의 경우 원래 명칭은 ‘달서초등학교 건너’였다.

하지만 1천900여 가구에 달하는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이름이 정류장 명칭으로 적합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달서초등학교 앞’ 과 ‘달서초등학교 건너’를 ‘중리롯데캐슬정문 건너’와 ‘중리롯데캐슬앞’으로 변경을 요구했다.

대구시는 두 곳 중 ‘달서초등학교 건너’ 정류장만 ‘중리롯데캐슬정문앞’으로 변경해주고 민원을 마무리 지었다.

‘상중이동행정복지센터’ 역시 2017년 10월 준공 이후 정류장 명칭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중리롯데캐슬 아파트 입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다가 7개월이 지난 후 확정됐다.

동구의 ‘휴먼시아 15단지 앞’ 정류장. 채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율하역 2번 출구가 있지만 아파트 단지 이름이 정류장 명칭으로 정해졌다.

북구 ‘복현 푸르지오아파트 건너’ 정류장 역시 해당 아파트 정문과 250m나 떨어져 있다. 인근에 시민 다수가 이용하는 대구축산농협 본점이 있지만 정류장 명칭에서 제외됐다. 바로 맞은편 정류장 명칭은 ‘복현네거리’로 통일성 또한 없다.

김명환(42·수성구 만촌동)씨는 “아파트가 그 지역을 대표한다는 것은 입주민들 생각일 뿐”이라며 “공공기관이나 네거리 중심으로 버스정류장 명칭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 명칭 지정에 있어 첫 번째 고려대상은 공공시설 명칭이다. 공공시설은 구청 및 동행정복지센터, 학교, 지하철역, 유명 네거리 등이 포함된다. 이후 적절한 해당 시설이 없는 경우 다중이용시설로 시민들이 많이 알고 있는 시설물로 지정할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명칭을 사용 중인 버스정류장의 경우 명칭변경 신청이 들어와도 대부분 반려하고 있다”며 “아파트 단지 이름은 그 지역을 대표하고 많은 주민이 알고 있을 경우 명칭 변경을 허용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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