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27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그러나 새 지도부의 앞날이 밝기보다는 암울한 상황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드러난 모습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희망보다는 절망만 뼈저리게 느꼈다. ‘잔치판’이 돼야 할 전당대회가 되레 ‘저주의 굿판’이 됐다.

한국당은 보수의 가치와 미래를 보여주지 못했다. ‘태극기 부대’와 ‘5·18 폄훼’, ‘태블릿PC 조작’에다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 같은 막말과 욕설만 넘쳐났다. 보수 정당을 대표한다는 기치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체성마저 헷갈리게 한다.

한국당과 TK(대구·경북)가 박근혜 프레임에 갇힌 채 갈피를 못 찾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이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구호에 그쳤다.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인적 쇄신을 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TK가 대표적이다. 인적 쇄신이 시늉에 그치면서 보수의 본산인 지역에서조차 한국당은 ‘폭망해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지탄을 받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거듭된 실책과 헛발질 탓에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를 잡고도 승기를 활용하지 못한 채 동반 자멸하는 자충수를 뒀다. 새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이들도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돌아오던 지지층이 등을 돌리게 했다.

‘탄핵 불복’과 ‘태극기 부대’라는 극우의 득세는 한국당의 근본을 뒤흔들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지난 25일 “한국당 대표가 누가 되든 극단적 우경화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희망에 그칠 전망이다. 지역민들의 한국당과 TK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당의 암울한 현 상황은 TK 탓이 크다. 아직도 지역 정치권이 박근혜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여전히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듯’ 박근혜를 팔아 영위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국당의 대표 후보자들이 지역 표를 얻으려고 감옥 속의 박근혜를 끄집어냈겠는가.

한국당과 TK 정치인들이 박근혜를 넘어서지 못하고 환부를 도려내지 못하면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아직도 민심은 자기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같이 퇴행적 행보를 되풀이한다면 한국당의 미래는 캄캄하다. 오죽하면 한국당을 해체하라는 말까지 하겠는가. 이런 상태라면 한국당은 10년, 20년이 지나도 ‘불임 정당’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20년 장기집권이 실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당은 장렬한 죽음을 고하는 것이 맞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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