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흔성/ 경상북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한파를 걱정하던 지난겨울이 무색하게 어느덧 양지바른 곳에서는 새싹이 돋기 시작하였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학부모가 되는 결혼이민여성들은 두려움 반, 설렘 반의 시간을 갖게 된다.

낯선 한국으로 결혼하여 내 속으로 낳은 첫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가슴 떨리는 순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은 한국에서 학교 교육을 받은 경험이 전무하다. 따라서 입학 전 2월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자녀들의 입학준비에 필요한 학부모 교육과 상담으로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

교육내용으로는 다문화가족 예비 학부모를 위한 학교생활가이드북을 중심으로 입학 준비하기, 학교생활 돌보기, 부모의 학교 참여 역할 이해하기 등 학교는 물론 어린이집 유치원 입학준비를 위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다문화가정의 학부모에게 예비학부모 교육은 매우 중요하고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경상북도의 2019년 다문화가정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예정자는 1천여 명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자녀교육의 관심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하는 한국에서 공교육 경험이 전무한 결혼이민여성이 학부모 역할을 건강하게 수행하기에는 많은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문화가정의 학부모는 자신의 출신국과 한국을 비교하면, 학제와 교과목이 상이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자녀에게 선행 학습 지도는 물론 학습준비물을 챙겨주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몇 년 전 필자에게 중국 출신의 어머니가 흥분된 상태로 자녀의 담임교사에 대해 불평을 하였다. 이유인즉슨 자녀의 학교에서 강낭콩을 가지고 오라는 알림장을 보고 무심코 냉동실에 보관해둔 작년 가을에 시어머니가 농사지으신 강낭콩을 봉투에 담아 보냈다. 며칠 후 자녀가 울면서 학교에서 돌아왔다. 왜 우느냐고 물으니 “교실에서 강낭콩 키우기를 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강낭콩에 싹이 나오는데 나만 싹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가 중국 사람이기 때문에 냉동실에 얼은 강낭콩을 주어 그렇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부끄럽다고 하더라”라며 담임 선생님이 학습 준비물에 대한 쓰임의 용도에 관해 설명을 미리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학교에 다닌 선주민 학부모에게는 학교 준비물이 어느 수업에 어떻게 쓰임인 줄 대부분 알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이주 배경을 가진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의 학교 준비물이 매우 부담이 된다고 한다. 선주민 학부모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보편적 교육상식이 다문화가정의 학부모는 어쩌면 접근할 수 없는 고급지식이 될 수 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다문화가정의 학부모 모두에게 예비학부모 교육과 정보를 접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아이 한 명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수많은 매듭으로 이어지는 생애 주기에 있어 입학식은 또 하나의 출발을 알리는 매듭이다. 봄날의 새싹처럼 상처 없이 건강하게 자라야 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긍정의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이웃의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게 알림장을 보며 가르치기보다는 같이 봐 줄 수 있는 마음이 모이길 희망해 본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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