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로 가기 위해 23일 오후 특별열차 편으로 평양을 출발했다. 27~28일 이틀간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한반도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2차 북미회담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은 차분하다. 전 국민이 ‘기대 반, 우려 반’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남북, 북미 연쇄 정상회담 때 들떴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핵 동결이나 핵실험 억제 등 현상 유지의 기반 하에서 일정 수준 제재를 완화하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제재해제가 너무 앞서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들이 많다.

불과 1년여 전인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만 해도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위기감이 가득했다. 북한과 미국의 최고지도자가 연일 전쟁도 불사한다는 말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전쟁 위기감을 키워간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4월 1차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같은 우려는 사라졌다. 이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해빙 무드를 키워나갔다. 그러나 애당초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북핵은 여전히 건재하다.

---비핵화 관련 남북·북미관계 새로운 기로

이번 2차 북미회담은 향후 한미 군사훈련, 주한미군, 한미관계, 한중관계, 대북경제 제재 등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사안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도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된다.

미국이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북미 정상회담 정례화, 상호 연락관 교환·연락사무소 설치, 종전 선언, 경제제재 완화, 북미 수교 및 평화협정, 체제보장 등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지난해 1차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담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내놓을 카드는 무엇일까. 키는 북한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선택하기에 따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미래도 달라진다.

그러나 회담에 앞서 의제 조율 등 실무협상이 너무 늦게 본격화됐다. 회담 날짜부터 정해놓고 의제 조율에 들어간 것 자체가 일정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빈손 회담’의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미국 조야의 우려 섞인 시선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모든 것은 이틀간의 회담이 끝난 뒤 북미 양측의 공식 발표가 나와야 확실해진다. 어떤 합의도 구체적 후속 조치에 들어가면 우리에게 만만한 것이 없다.

---‘한국 패싱’ 이야기 나오면 절대 안 돼

북미 회담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일정을 담은 로드맵을 채택하는 것이다. 제재 해제는 그다음 수순이다. 그러나 최근 회담에 임하는 미국 측 움직임에서 이같은 대원칙이 흔들리는 조짐이 감지돼 우리를 불안케 한다.

이와 함께 향후 이어질 북미회담 과정에서 ‘한국 패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절대 안 된다. 한미 간 채널을 더욱 유기적으로 가동시켜야 한다. 현재의 남북, 북미, 한미 삼각구도 일대일 접촉에서 남북미 3자 회담도 성사시켜 나가야 한다.

현 추세로 보면 북한의 비핵화는 단기간에 완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는 협상과 국제적 압박을 유효적절하게 구사해 나가야 한다.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동시에 어떤 경우에라도 시간에 쫓기면서 무리한 합의를 하면 안 된다. 당연히 경제제재 해제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성급한 제제 해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근본 목표를 망치게 된다.

미국 측에 비핵화의 근본 목표를 상기시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 북핵의 가장 큰 위협은 우리가 받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일련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다. 북미 간 예상치 못한 합의가 덜컥 나오는 상황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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