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16주기 다음날인 19일 아침 이른 시간에 난 불로 일대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화재 발생 직후인 이날 오전 7시50분 대구 중구 포정동 대보상가 7층 건물 주위는 자욱한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건물 주위 골목은 유독 가스 냄새가 진동했다.

골목은 소방차와 응급차 등 50여 대가 가득 메웠다.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건물 일대에 폴리스라인을 쳐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다.

사우나 손님 등 건물에 있던 사람들은 얼굴에 수건 등을 감고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화재 발생 당시 3층 헬스장에서 있다 건물 밖으로 긴급 대피한 김모(59·여)씨는 “헬스장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이 났다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층에 있던 찜질방과 수면실에 뛰어가 화재 소식을 알렸다”며 “24시간 운영되는 수면실은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인데 새벽 시간대 발생했다면 자칫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더 있었을 뻔 했다”고 했다.

미처 건물을 빠져나가지 못한 5~7층 아파트 입주민 상당수는 연기를 피해 옥상으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렸다.

건물에 있던 부상자 대부분은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대피 중 다리 골절, 화상 등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7층 아파트 입주민 구상화(29)씨는 “오전 6시55분께 경보가 울려 창문을 열었더니 매캐한 연기가 들어왔다”며 “급히 수건에 물을 적셔 입과 코를 틀어막고 옥상으로 이동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대피 중 계단에서 넘어져 골절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된 주민도 있었다.

대퇴부 골절상을 당한 6층 아파트 입주민 하금보(76·여)씨는 “검은 연기가 자욱해 앞이 보이질 않을뿐더러 다리가 불편한 와중에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 했다”며 당시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재 현장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도 매캐한 연기 속에서 현장 상황을 지켜보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출근길 현장을 지나던 시민 김모(32·여)씨는 “대구지하철 참사 16주기 하루 만에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오는 길에 중앙로역에 설치된 추모의 벽을 지나며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들린 사이렌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상자가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차 사고 발생을 우려한 경찰이 예방을 위해 출입을 전면 통제하면서 건물 정문 앞에서는 상인 10여 명과 경찰 간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상인 이모(69)씨는 “언제까지 통제하는지 등 얘기도 해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막아섰다”며 “불은 한참 전에 꺼졌다고 하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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