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입전형에서 수시와 정시 비율은 각각 77.3%, 22.7%다. 최근 이어온 대입의 주요 경향인 수시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

80%에 육박하는 수시전형 중에서도 학종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은 31.7%에 이른다. 학종만 잘 관리해도 명문대 진학이 가능하단 이야기다.

‘학종으로 대학간다’는 시대 흐름에 맞춰 지역의 고교에서도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2019학년도 대입 수시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학교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종 준비를 탄탄히 해온 지역 수험생들의 성공 사례를 모아봤다.

◆레고가 취미인 문과생, 연세대 건축학과 진학

▲ 레고조립이 취미인 수성고 백지원 학생은 문과계열로 연세대 건축학과에 합격했다.
▲ 레고조립이 취미인 수성고 백지원 학생은 문과계열로 연세대 건축학과에 합격했다.
문과계열인 수성고 백지원 학생은 1학년때부터 촘촘히 쌓아올린 학생부 이력으로 이과계열의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합격해 입학을 앞두고 있다.

레고 조립이 취미인 백지원 학생은 ‘길모퉁이 건축’이라는 책을 통해 인테리어나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지만 진학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수학과 과학보다 국어나 사회과목이 잘 맞다는 생각에서 문과로 진로를 정했다.

하지만 실내건축학과나 주거환경학과 등 인문과정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동아리활동이나 독서, 수업 시간 진행한 조사와 발표를 건축에 포커스를 맞췄다.

백 양은 공간 디자이너라는 꿈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에 수학부터 역사까지 모든 교과에서 건축 모티브를 찾아냈다.

1학년 수학 시간에는 건축과 수학의 연관성을 조사하며 유명한 건축물을 통해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위상수학의 기초를 공부했다.

2학년 확률과통계 시간에는 건축법을 조사하며 내진 설계에 흥미를 느꼈고, 미적분에서 탐구한 ‘현수선’은 나무 블록으로 교량을 만드는데 적용했다.

동아시아사 수업에서는 중국의 전통가옥 ‘토루’에서 모티브를 얻어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를 구상했고, 세계지리 시간에는 내진 설계 원리를 조사해 접한 ‘트러스 구조’와 기후별 전통가옥을 조사했다. 그래서 덥고 비가 많은 열대기후 지역의 지붕 경사가 크고 개방적인 고상 가옥을 직접 디자인해보기도 했다.

이같은 경험들은 3학년 때 자연과정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던 공학 동아리 참여로 이어졌다. 컴퓨터공학 진로를 희망하는 친구들과 함께 아두이노 프로그램을 익힌 그는 이를 활용해 원격 조정 커튼과 센서등, 흔들림 감지 시스템을 갖춘 유비쿼터스 주택 모형을 완성했고 이같은 일련의 고교 과정이 학생부에 고스란히 담겼다.

백지원 학생은 “방과후 학교에서 수업을 골라들을 수 있고 수행평가를 통해 발표 연습을 많이 한 덕분에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며 “학종에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분명 성장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학습이력개별화 관리 통해 서울대 합격

▲ 경상여고 학력평가피드백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성민(오른쪽) 학생
▲ 경상여고 학력평가피드백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성민(오른쪽) 학생
경상여고 장성민 학생은 학교 교육과정과 교육활동을 충실히 이수해 자신의 길을 찾는 데 성공한 학생 중 한 명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합격한 장양은 UNIST, GIST,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에도 복수 합격했다.

장양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알찬 교육활동에 대한 세밀한 기록으로 가득찼다.

물리실험과 지구과학실험 등 학교가 개설한 소인수강좌를 수강한 그는 교과 연계 전문가 특강과 고전강독교실 등을 수강했다.

이를 통해 지식을 쌓아온 장양은 GS인테러뱅, 꼬리를 무는 교과독서, 융합지식탐구위원회 같은 지식탐구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며 서울대 기계공학과 진학의 토대가 된 이력 관리를 섬세하게 진행했다.

경상여고는 매년 ‘경상여고에서 내 길 찾기’라는 부제가 붙은 진로진학로드맵 책자를 3월말까지 제작해 전교생에게 배부한다.

경상여고에서 펼쳐지는 교육활동 종합안내서인 책자는 학생들에게 진로진학학습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학교는 또 수업과 과정중심평가를 중심에 두고 독서, 동아리, 프로그램, 대회를 연계하는 교과 연계 5대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높이고 있다.

이같은 활동은 2014년도부터 사용하고 있는 ‘경상행복미소방(https://gssmile.net)’이라는 진로진학학습 통합 홈페이지에 고스란히 축적됐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이력 개별화가 이뤄진다.

서울대 진학에 성공한 장성민 학생 역시 철저한 학습 이력 개별화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낸 대표적 사례다.

◆교내 프로그램 활용, 고려대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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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여고 서가은
▲ 대구여고 서가은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에 합격한 대구여고 서가은 학생은 교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생활기록부를 알차게 채웠다.

사가은 학생은 “학교 교육 프로그램에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쉬웠다”고 말했다.

대구여고에서 진행하고 있는 과학영재학급, 주제탐구대회, 환경수업은 문과생에게도 과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 대구여고의 유란토론대회 모습
▲ 대구여고의 유란토론대회 모습
한 학기 정도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제를 선정해 탐구하고 소논문을 작성하는 영재학급 활동은 서가은 학생에게 건강, 보건 분야에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과학 영재학급은 학생들이 교과 수업 속 내용 뿐 아니라 교과 외 지식에도 관심을 가지게 한다. 환경, 보건, 건강, 생물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실험을 영재학급 소속 학생들이 서로 공유하며 배워나가는 것이 영재 학급 활동의 핵심이다.

주제탐구대회는 학생이 자율적으로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하고 탐구해 발표할 수 있는 장치다.

서가은 학생은 사회탐구 내용과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지구 온난화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회탐구와 과학적 지식의 조화를 추구한 문·이과 융합 프로젝트가 보건정책관리학부 진학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영재학급부터 이어진 환경, 보건, 건강에 대한 관심은 2년간의 주제탐구 대회 참여를 통해 지구온난화, 물 부족 현상과 같은 주제로 심화됐다.

또 3학년 환경 수업을 수강하며 세계의 다양한 환경적 이슈를 배웠고 미세먼지를 사회적, 철학적인 관점으로 보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1학년 과학영재학급에서 미세먼지와 마스크를 중심으로 연구했다면 3학년 환경 프로젝트에서는 미세먼지를 사회 전반적 관점으로 살펴보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서가은 학생은 “문과생이지만 과학적 지식, 환경적 호기심을 꾸준히 표현하며 다양한 활동에 참가했고 저만의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관심을 이어나간 것이 보건정책관리학부 진학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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