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섭/ 객원논설위원, 전 경북도립대 교수



처음엔 단순한 지역축제로 개최했으나 세계 3대 명품축제가 된 사례들이다. 독일 뮌헨의 민속‧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먼저다. 1810년에 지역에서 조촐하게 시작하여 어느덧 200년의 역사와 해마다 평균 600만 명의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리는 대표축제가 되었다.

다음은 올해 70회를 맞는 일본 삿포로의 ‘눈 축제’다. 시내 중‧고등학생들이 얼음조각 6개를 공원에 전시한 게 기원이었는데, 이젠 순백의 눈과 수백 개의 얼음조각, 30만 개의 전구 빛이 어우러진 환상의 진경을 연출하여 매년 20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다.

또 하나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이다. 매년 사순절을 앞두고(토요일 밤부터 수요일 새벽까지) 200만 명 이상이 모여 5일간 밤낮없이 춤추고 마시는 그리스도교 전통축제다. 축제의 핵심은 삼바 퍼레이드며, 리우는 이제 세계 카니발의 수도가 되었다.

여기에 스페인 토마토 축제, 몽골 나담 축제, 영국 노팅힐 축제, 이탈리아 베니스 카니발, 태국 송크란 축제, 중국 하얼빈 빙등제, 인도 푸시가르 낙타 축제를 더해 세계 10대 축제로 부른다.

이처럼 성공한 축제들의 공통점은 ‘경제성과 홍보성’이다. 독특하고도 차별화된 테마를 지역특성과 적절히 조화시켜 최소 경비로 최대 효과를 낸 것은 물론 지역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것이다.

축제 공화국이라 할 만큼 우리는 축제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광역과 기초 지자체에 면 단위까지 합치면 연 만여 건이 넘는 온갖 축제가 동시다발로 열려서다. 그래도 축제에 대한 인식은 꽤 차갑다. 보여주기식 중복에다 나 홀로 축제로 혈세만 낭비하여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재정을 더 어렵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놀라운 발전으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축제가 우리도 여럿 있다. 미국 CNN 선정 세계 겨울 7대 불가사의(不可思議),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대표축제(5년 연속)로 국내외 찬사를 받고 있는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가 그중 하나다.

화천군은 인구 2만6천 명에 재정자립도 7.4%의 최전방에 위치한 가난한 산골 고을이다. 16년 전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절박함’에서 시작한 지역축제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겨울 축제의 총아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23일간 행사에 몰린 185만 명 중 외국인이 40여 개국 15만 명에 달하고, 그 중 자유여행객이 2만5천여 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세계 최고 축제로서의 명성에 전혀 손색이 없다. 더욱이 축제 덕에 주민수의 100배인 연 250만 명이 화천을 찾는다니 산천어 축제가 진정 효자인 셈이다.

자체 수입도 30억이 넘고 직접경제효과 1천500억에 간접효과까지 합하면 4천 억이 넘는다고 한다. 군 1년 예산은 3천 억 정도다. “축제 때 한 달 벌어 1년 먹고 산다”며 ‘화천만세’를 외치던 식당 주인의 얼굴에서 화천의 밝은 희망을 보았다. 지방자치를 전공한 필자의 오랜 꿈이었기에 매우 감격스럽다.

온 군민이 헌신적으로 함께했기에 더욱 빛났고, 군수와 공무원이 혼연일체가 되었고, 23일을 위해 365일을 철저히 준비하였기에 가능한 쾌거였다. 함평 나비 대축제와 보령 머드축제도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가 된 성공사례다.

또 봄이고 설렌다. 24일로 청평 얼음골 축제가 끝나고, 내달 8일이면 광양 매화 축제를 시작으로 봄꽃의 향연이 도처에서 펼쳐진다. 지역 축제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려면 기(旣) 해 온 축제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통해 최소한 ‘선택과 집중’만이라도 하여야 한다. 전시성이 아닌 차별화된 테마와 주민의 참여성, 예산과 조직의 구조성, 먹 거리와 쉴 거리 같은 집객성의 점검이 선행 조건이다.

바야흐로 혼밥 혼술의 시대다. ‘1인 관광객’을 위한 메뉴 개발도, 평일 관광객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성공한 축제 하나가 지역과 주민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기분 좋은 화천의 밤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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