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희/수필가, 전 경주시의원



우리는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홀로 서지 못해 외로운 것이다. 나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어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아보기 체험도 했고, 유럽에서도 한 달을 살아 보았다. 언제나 현지인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고, 놀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들과 함께 동질감을 느껴보고 그들의 문화를 익혀보고 싶었다. 다양한 나라를 겪어보니 국적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친절했고, 언어만 통하면 아무렇지 않게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의사소통만 되면 세계 어디를 살아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 체험을 하였고, 그래서 언어소통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 아이들이 말을 배우러 간 학교에서 거의 외국인으로 낙인찍히기 일쑤이며, 또한 그 고정관념에 의하여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우선,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정책들에 의해 다문화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리고 이방인 같은 특별 대우를 받게 된다. 부모가 모두 엄연히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이는 다문화 정책 시스템에 따라 지원받고 교육받는다. 또한 다문화 아이는 이 기관 저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정작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어느 교사의 하소연도 들었다. 특별한 대우로 인해 특별한 아이로 만들어지는 현실인 것이다.



다문화 청소년 정책에는 사회 계층적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문화 가족 자녀들이라고 해서 모두 가난하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며, 학교생활에 부적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다문화 아이는 언어 구사 능력에서 일반 한국 가정의 아동과 차이가 없다. 그런데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더니 다문화 반에 넣어 따로 교육을 시키는 황당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고 시절에 내 짝지는 재일교포 여학생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부모 정도의 어눌한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췄었지만, 일 년 정도 지나니 한국말을 유창히 잘 말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3년을 더 공부하고 졸업해서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런 경험을 볼 때 다문화로 분리해서 바라보고 교육하는 것은 다문화인에게 궁극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국제결혼이나 일자리를 찾아 우리나라에 와서 정착한 이민자들을 다문화라는 굴레를 씌워 분리하지 말고, 우리 국민으로 대우하며 그에 맞는 대안과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이유다. 특히 다문화 자녀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우리와 똑같은 한국인으로 가르쳐야 한다. 다문화 부모 교육을 통해 조기교육을 한 다문화 아이 중에는 2~3개 언어를 구사하는 등 언어적 재능이 뛰어나 나중에 우리 사회를 이끌 인재가 될 아이도 많다. 좋은 교육방법을 정착시켜 다문화를 우리 미래 세대의 자산으로 부각시키면 좋을 것이다.



다문화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다. 다문화는 화약고가 아닌,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경주에는 다문화 방범대원들이 있다. 일반인과 어울려 저녁에 골목길을 순찰하며 치안 활동을 도와주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화 속의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계 시민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이자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감독기관과 관청에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들만을 우리 사회에서 분리해서 교실에 따로 모아놓고 놀아주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다.

다문화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교육적 보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 자녀도 같은 한국 사람으로 편견 없이 돌보아주고, 부득이하게 학습능력이 모자라면 보완해 주는 국민적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다문화의 재능과 끼가 우리의 문화로 받아들여질 때 세계 속의 한국문화도 빛이 날 것이다. 사랑은 감정이고 인생은 곱셈이다. 어떤 기회가 와도 내가 제로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문화라는 굴레에 갇혀 찾아온 기회인지도 모르고 시간을 허비해버리는 정책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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