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 속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한, 다른 사람 배려 방법 배운다||해외여행 못 가봤지만 일

▲ 이상교씨 가족이 지난 설날 연휴 때 강원도 영월에 나들이를 갔다.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내지만 한명도 빠짐없이 가는 가족여행은 가족의 결속력을 다져준다고 했다.
▲ 이상교씨 가족이 지난 설날 연휴 때 강원도 영월에 나들이를 갔다.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내지만 한명도 빠짐없이 가는 가족여행은 가족의 결속력을 다져준다고 했다.
“아이들이 많은 형제 속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는 것 같아요. 나 혼자만을 챙기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을 배워요.”

5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 정영미(46)씨가 본 다둥이 가족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상교(49·대구 수성구 만촌동)씨 가족은 모두 7명이다. 그래서 아빠 차는 승합차다. 택시로 이동을 하려면 2대를 잡아야 한다. 통닭이라도 시키면 아이들은 닭 조각 수부터 먼저 헤아린다. 공평하게 나누자는 취지지만 식구가 많은 탓에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룰이다.

왁자지껄한 다둥이 가족이지만 각자의 개성이 넘친다.

첫째 희언(21)씨는 동생들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맏아들이다. 엄마가 외출할 때면 동생들 끼니도 알아서 챙겨준다.

둘째 희철(19)군은 천사표다. 빨래 널기, 쓰레기 버리기를 도맡아 한다. 너무 순하고 착해 강인해지라고 태권도, 합기도, 복싱 등을 가르쳤다.

셋째 세현(17)양은 가족들에게 항상 웃음을 건네준다. 어릴 적 오빠들이 사고를 쳐 엄마에게 야단이라도 맞으면 일부러 예쁜 짓을 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풀어준다.

넷째 희성(13)군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만점 초등학생이다. 희성이가 없으면 집은 적막강산이 된다. 역사와 야구를 좋아한다.

막내 미현(9)양은 사랑을 독차지하는 편이다. 가족들은 미현이 때문에 웃을 때가 많다. 미현이는 찡그려도, 울어도 귀엽다고 한다.

다둥이들은 그들만의 룰을 만들고 지키며 작은 사회를 꾸려나간다.

다둥이 가족은 매주 일요일 저녁 가족회의를 연다. 가족회의 명칭은 ‘패밀리 홈 이브닝’이다.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함께 게임도 한다.

회의 주제는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문제, 학교 폭력, 좋은 친구 되는 법 등이다.

특히 희성이와 미현이가 가족회의를 무척 좋아한다. 평소 형·누나들이 학업에 바빠 같이 놀아줄 여유가 없지만 이날 만큼은 가족 모두가 함께한다.

가족 수가 많아서 남들처럼 쉽게 외식이나 문화생활은 쉽지 않다.

외식은 가성비를 따져 집에서 스테이크, 마카롱 등 특별식을 만들어 먹는다.

뮤지컬이나 콘서트는 엄두를 못 내고 영화도 영화관보다는 집에서 유료티브이를 통해 본다. 물론 영화관 기분을 내기 위해 팝콘도 튀긴다.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 아쉽다. 대신 캠핑을 1년에 서너번 간다. 식구가 많다 보니 캠핑 장비도 많지만 가족들이 일사불란하게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든다.

아빠 이상교씨는 “가족 수가 많다 보니 굳이 교육하지 않아도 생활 자체가 아나바다를 실천한다”며 “물질적, 경제적으로 조금 덜 풍족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나 형제자매들이 많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유대감과 정서적인 만족감은 크다”고 자랑했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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