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칼럼

대일광장---“이런 소통 어떻습니까”

3년여 전인 2015년 9월 하순 추석 전날이었다. 서울서 온 손님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인 대구 수성구 범어동 먹자골목의 한 산채식당(지금은 재개발로 이전)에 앉아 있었다. 오후 8시가 넘어 텅텅 비다시피한 식당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들어섰다. 그는 산채정식을 시켜 홀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항상 바쁘셔서 저녁 식사 시간이 늦어지신 것 같다”고 간단하게 인사를 한 기억이 난다. 시시콜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주말도 없이 온종일 사람을 만나다 모처럼 일정이 비어서 혼자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듯했다. 물론 수행원도 없었다. 초선 2년 차 시장 시절이었다.

혼자 늦은 저녁을 먹는 시장의 모습은 우리네 일반 시민과 같은 평범한 일상이어서 보기 좋았다. 시민이 뽑은 시장 옆자리에 앉아서 그가 청국장을 떠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권영진 시장

자치단체장이 식당에서 주민과 꼭 같은 밥을 먹는 것을 보는 것도 하나의 소통이다.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연한 만남 자체가 소통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선거 때를 제외하면 자치단체장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만 만난다. 무엇보다 소통을 강조하는 시대다. 진정성 있게 대화하고, 설득하고, 공감대를 넓혀 신뢰를 얻는 데는 직접 만나는 것 이상 가는 것이 없다.

모든 리더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자치단체장은 주민의 신뢰를 얻어야 행정이 힘을 받고 추진력이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이 일상 속에서 주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식당, 이발소(미장원), 목욕탕 등이 그런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광역시장,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자치단체장들이 자주 가는 업소를 굳이 공표할 필요는 없다. 혼자 몇 번 가다 보면 절로 소문이 나서 주민들이 알게 된다.

식당에서는 되도록이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을 듯싶다. 술을 마시면 자리가 길어지고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밥만 먹으면 전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자기 밥값은 당연히 자기가 내야 한다.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서는 인사만 해도 좋을 듯하다. 물론 옆이나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면 금상첨화다.

이권 청탁 등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진짜 로비는 그런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 낯선 사람과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런 문제 없다. 걱정 마시라.

---함께 같은 음식 먹는 것 자체가 소통

단체장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나. 당연히 어쩔 수 없다. 약속을 하지 않았으니 안 오는 경우가 몇십 배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 조우한다면 그 또한 유쾌하고 기분 좋은 일 아니겠는가,

자신이 생각하는 행정의 문제점이나 개선책을 단체장에게 직접 전달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큰 소통이다. 그러한 시간은 단체장에게도 시간 낭비만은 아닐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인터넷 트윗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을 한다. 그것이 효율적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니다. 그가 비난받는 것은 소통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일방적이고 편향적이기 때문이다.

특정업소 돈벌이를 시켜준다는 구설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그 정도 시도를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돈을 많이 들이고, 국내외 석학을 불러와 하는 거창한 회의, 세미나, 포럼만이 소통이 아니다. 함께 자리하는 것 자체가 소통이 아닌가.

단체장의 행동반경을 공개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생기면 보완하고 시정하면 된다. 한번 시도해보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는가.

단골 업소가 노출되면 하루 24시간을 잠시도 빤한 틈 없이 쓰는 단체장들이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개되면 사생활이 없어 피곤할 것이다. 그러나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선거가 끝났다고 표를 준 주민과 만나지 않는 선출직은 초심을 잃은 단체장일 수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만남이 있겠지만 선출직은 항상 주민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단골 식당 등에서 지역민과 만나는 단체장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유쾌하다.

지국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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