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이용자들 악취로 골머리||매일 도서관 찾는 노숙자도 여럿||해마다 꾸준한 노숙자 관

▲ 대구 중앙도서관이 노숙인의 쉼터로 전락하면서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중앙도서관 종합자료실 구석에 놓인 소파에서 한 노숙인이 잠을 자고 있다.
▲ 대구 중앙도서관이 노숙인의 쉼터로 전락하면서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중앙도서관 종합자료실 구석에 놓인 소파에서 한 노숙인이 잠을 자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1시께 대구 중구 중앙도서관 2층 쉼터에 노숙인들이 앉아 있었다.

이 노숙인의 한 칸 건너 자리 잡은 또 다른 노숙인은 연신 하품을 하며 주위를 살폈다. 다른 이용객은 없었다. 도서관 쉼터인지 노숙인 쉼터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이날 도서관 쉼터를 찾았던 이용객들은 노숙인을 보고 이내 자리를 피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노숙인들은 자료실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도서관을 찾은 한 노숙인은 책장 사이에 놓인 작은 쇼파에 자리를 잡곤 오후 4시가 넘도록 떠나지 않았다.

3층 디지털 자료실과 지하에 마련된 매점, 휴식처에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는 노숙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중앙도서관을 비롯해 지역 내 시립공공도서관에 노숙인들이 몰리면서 이용객들이 악취와 소음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내 시립공공도서관 10곳 모두 노숙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식으로 제기된 민원은 22건이다.

하지만 정식으로 접수되지 않았을 뿐 도서관 내 자료실이나 열람실 등에서 잠을 자거나 소란행위를 일으키는 등 이용객들의 불편 사항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용객 김모(31·동구)씨는 “매일 같은 노숙인들을 보곤 한다. 코를 골며 자거나 악취를 풍겨 공부하는데 방해가 될 때가 많다”며 “하지만 그저 조용히 자리를 뜰 뿐 민원을 제기한 적은 없다”고 했다.

도서관 관계자들도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해도 노숙자들을 퇴실시키기는 쉽지 않다.

퇴관을 명할 시 불응을 하거나 오히려 소란을 피워 이용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도서관 관계자는 “시민 누구에게나 개방된 도서관인 만큼 규정을 내세워 이용 자체를 막는 것은 어렵다”면서 “타 이용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수시로 순찰과 환기를 시키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민원을 모두 받아들이기엔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대구시 등 일선 지자체도 공공도서관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와 연계, 노숙인 관리와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민원이 있어도 인권문제로 인해 본인에게 해가 안 되는 선에서 지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와 현장지원팀을 구성해 주기적으로 악취와 민원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정 기자 kw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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