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영주마실 푸드엔헬스

사과와 아로니아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강소농

재배에서 가공과 체험을 겸한 6차산업으로 농업의 고부가가치 창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하고, 비싼 보석을 꼽으라면 다들 다이아몬드를 꼽지만, 그 원석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무색에 광택도 없는 정팔면체의 유리처럼 보일뿐이다. 그러나 세공사의 섬세한 손길을 거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으로 재탄생한다.

농산물도 가공과정을 거치면, 부가가치가 크게 올라간다. 농업의 6차산업을 권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업의 6차 산업화를 통해 ‘부자농부’를 꿈꾸는 강소농을 만나본다.

주인공은 영주시 봉현면에서 사과와 아로니아를 이용해 6차산업화를 추진하는 ‘영주마실 푸드엔헬스’(이하 영주마실)의 김미숙(48) 대표다.

김대표는 남편 유재송(51) 이사와 함께 영주의 특산물인 사과(1만6천500㎡)와 아로니아(1만㎡)를 재배하면서 가공과 체험활동을 연계해 연간 4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배기 강소농이다.

◆산삼배양근 전문가에서 농산물 가공·유통 전문가로 변신

김대표는 영주가 고향이다. 하지만, 귀농 9년에 농산물가공 4년차의 초보농부다.

비록 농사 경력은 짧지만, 주변에선 전문가로 인정해 준다. 남다른 노력으로 농사에 대한 이론과 실기교육을 받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농업경영을 해온 결과다.

김대표는 산삼배양근을 키우는 회사에서 ‘조직배양 전문가’로 일했다. 10년 동안 조직배양과 생산관리를 맡아서 일하면서 성실성과 실력을 인정받아 간부로 승진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귀농’을 선택했다. 김대표의 갑작스런 변화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던 남편부터 반대했다. 중장비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농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없이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그냥 편하게 살자”고 했다.

힘든 농사일을 이겨낼 체력과 기술, 유통망, 사업비 등 어느 하나 갖추어 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표의 확신은 너무 강했다. 사과 주산지인 영주에 널린 과수원과 아로니아의 탁월한 효능에 대한 믿음때문이다. “3년만 함께 고생해 봅시다”라며 남편을 설득했다.

◆3무 사과생즙 ‘애플순(純)

2015년 처음으로 사과생즙 가공을 시작하면서 김대표는 스스로 약속했다. 소중한 내 가족이 먹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신념이다. ‘자기 약속’이면서 ‘자기강제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은 이름이 ‘애플 순(純)’이다. 사과의 순수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신념에 따라 철저하게 지키는 기준이 바로 ‘3무(無)’다.

영주마실의 모든 가공품에는 3가지가 없다. 당(糖)을 첨가하지 않는 ‘무가당’과 색소를 첨가하지 않는 ‘무색소’, 보존제를 넣지 않는 ‘무보존제’를 말한다.

당이나 색소, 보존제를 첨가하면 맛과 색상이 좋아지고 보존기간이 길어져 사업적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겠지만, 순수함을 잃지 않기 위해 ‘3무’를 고집한다.

◆ 정감이 있는 이름, 영주마실

농장 이름인 ‘영주마실 푸드엔헬스’에는 고향에 대한 사랑과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김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

고향에 대한 사람이 남달라 ‘영주’라는 지명을 선택했고, ‘마실’을 선택한 것은 사투리에서 풍기는 향수와 정감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강소농 대전’에서 영주마실 부스를 찾은 어느 시인이 ‘애플순’과 ‘사랑아’의 이름을 정말 잘 지은 이름이라면서 앞으로 이름 덕을 톡톡히 볼 것이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사랑아’는 ‘사과랑 아로니아’라는 뜻으로 사과와 아로니아를 혼합한 생즙이다. 정감있는 이름과 함께 소백산의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 키운 영주사과의 좋은 품질 덕분에 영주마실의 가공품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은퇴농가와 윈윈하는 ‘풋사과 분말’

영주마실에서 자신있게 내놓은 제품 중의 하나는 ‘풋사과 분말’이다.

풋사과는 지름이 3~5㎝ 정도 되는 것으로 분말로 만든다. 6월 중순에 적과(열매솎기)를 할 때 나오는 풋사과를 이용한다.

풋사과를 세척한 후 45℃ 이하에서 3일간 장기 저온건조방식으로 건조해 영양소 파괴를 막는다.

김대표는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사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은퇴 농가’의 풋사과를 수매해 분말을 만든다.

은퇴농가의 과수원은 농약을 살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과보다도 깨끗한 무농약 사과가 된다.

풋사과는 1kg에 1천 원 정도에 수매한다. 소득이 없는 은퇴농가에서 풋사과 판매로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셈이다.

◆청결이 최상의 과제

영주마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결’이다. 내 가족이 먹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김대표의 신념 때문이다.

2018년에 해썹(HACCP) 인중도 받았다. 의무인증 기간이 2020년이지만, 2년 앞당겨 받았다.

모든 과일은 일차적으로 선별기를 거치면서 불량품을 제거하고, 3단계로 이루어진 버블세척기를 거친다. 3단계 버블세척을 하면 모든 이물질은 완전히 제거된다. 세척을 마친 원료는 파쇄와 착즙과 살균과정을 거쳐 팩에 충전된다.

특히 충전실은 이물질의 오염을 막기 위해 허가된 실무자만 출입이 허용된다. 충전실의 작업은 이지용(33)주임이 전담한다. 청결을 강조하는 자체 방침 때문이다. 이런 관리 덕분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클린사업장으로 인정 받았다.

◆농사는 자연과의 협업

하나의 일에 10년 간 집중하면 프로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일 만 시간의 법칙’과도 통한다. 영농경력이 10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김대표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실토한다. 날이 갈수록 농사가 어렵다고 한다. 농사는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2017년에는 시비와 관수, 병충해 방제등 모든 작업을 매뉴얼에 맞추었으나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했다. 여름 사과인 ‘홍로’에 탄저병이 번져 200여 상자를 폐기처분했다. 800여만 원 정도의 사과가 퇴비장으로 직행했다.

지난해에는 4월 중순의 꽃샘추위로 사과 생산량이 30%가 줄어들었다. 특히 제수용으로 판매되는 대과 생산이 줄어들어 이번 설날 특수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대신 생즙생산으로 전환했다. 그래서 김대표는 “농사는 자연과 함께하는 협업”이라고 강조한다.

◆사업의 내실화와 지역사회와 함께 세상

김대표의 꿈은 소박하다. 재배기술을 많이 익혔고, 가공시설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앞으로는 양적 확대보다는 품질의 고급화와 균일화를 이루어 소비자로부터 신뢰도를 굳건히 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와 함께 동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대표는 연말이 되면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한 이웃돕기 성금과 물품을 기탁한다. 앞으로도 이일은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영주마실의 모든 성과가 이웃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에 대한 감사행사의 일환으로 과수원에 팜핑장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분홍빛 사과꽃과 빨갛게 익은 사과 아래에서 캠핑을 하는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다. 파란 하늘과 빨간 사과가 어우러진 과수원에서의 캠핑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일이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팜라이터 ilsok@korea.kr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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