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청이 악성민원 해결을 위해 직원 성금과 자판기 수입금 등을 모은 1천만 원을 민원인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실정법 위반 여지가 있다며 규탄과 함께 경찰 고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또 구청이 적법한 근거와 절차 없이 주민에게 돈을 지급해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민단체도 대구시 감사를 요구했다.
달서구청은 지난해 9월 민원인에게 1천만 원을 지급했다. 이 돈은 직원들이 이웃돕기 명목으로 모은 성금과 자판기 수입이었다. 민원인은 도로공사 보상비에 불만을 품고 구청장실에서 분신 소동을 벌일 정도로 악성 민원인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달서구청의 처리방식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보상 행정이 잘못됐다면 절차를 거쳐 구청 예산으로 집행했어야 했다.
달서구청은 또 민원인에게 1천만 원짜리 수표를 전달하고 확인서까지 작성한 뒤 사실을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구청 측도 자신들의 행위가 떳떳하지 않고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달서구청은 나아가 이 같은 부당한 사례를 오히려 구정 모범사례와 미담이라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일선 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욕설과 폭언에다 업무방해를 일삼는 등의 악성 민원인 때문에 민원부서 공무원들이 육체적ㆍ정신적 피해마저 입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일선 지자체에서는 악성 민원인에 대해 고소 등 법적 조치를 동원해 강력히 대응키로 한 곳도 적지 않다. 문경시의 경우 ‘특이민원 유형별 응대 기준’이라는 매뉴얼까지 마련, 유형별 민원 응대 방법과 폭언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녹음ㆍ녹화까지 하도록 하고 있다.
억지 민원에 시달리다가 회피 방법으로 이 같은 부당한 보상방법을 택했다 해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해당 공무원들이 업무처리 미숙 등으로 잘못을 저질러 민원인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보상해 주면 된다.
표를 의식한 단체장들이 공직자들에게 무조건적 친절만을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에 화를 자초한 부분은 없는지 되돌아보아야겠다.
이번 사태와 관련, 달서구청은 성금 지급과 관련, 해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구시와 각 지자체도 민원처리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적극적인 악성민원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자칫 이번 사례가 민원인들에게 떼를 쓰고 행패 부리면 통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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