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가 시작한 지 벌써 몇 주가 훌쩍 지났다. 겨울이 시작하기 무섭게 몰아닥친 한파가 무색하게 새해 시작은 큰 추위 없이 평년 기온을 웃돌면서 온화하게 시작되었다. 올겨울은 작년처럼 혹독한 한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우리나라 반대편 유럽과 미국은 북극발 한파가 휩쓸면서 오스트리아 알프스에는 올겨울 최고 4m의 폭설이 쏟아지는 등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이 북극발 한파의 남하 경로에 따라 한반도에도 극심한 추위가 언제든 찾아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1월은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북서 계절풍이 강하게 불고 지형적인 영향으로 많은 눈이 내리며 한파로 인한 추위가 가장 심한 시기이다. 한파란 차가운 공기덩어리가 몰아닥쳐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이르는데, 기상청에서는 한파주의보(경보)를 10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에 운영하여, 한파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파주의보(경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15℃) 이상 떨어져 3℃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가 낮은 날 또는 아침 최저기온이 -12℃(-15℃) 이하로 2일 이상 지속한 날에 내려진다.
우리나라 주요 45개 관측지점에 대한 최근 30년(1988~2017년)간 일 최저기온이 12℃ 이하인 날을 이르는 한파 발생일 현황을 따져보면, 지난 30년 기간의 전국 평균 한파일 수는 3.7일이었는데, 그중에서도 2010년이 8.2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또한 10년 단위로 한파일 수를 나누어 비교해보았을 때, 1988~1997년간 한파일 수는 3.7일, 1998~2007년간은 3.1일, 2008~2017년간은 4.3일로 최근 10년간 한파일 수가 이전의 10년보다 훨씬 증가했다. 대구·경북의 최근 10년간 한파 현황의 경우, 2011년에 한파가 가장 많이 나타났고, 2018년이 그 뒤를 이었다. 주로 한파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지역은 봉화, 안동, 영주, 의성 지역으로 경북 북부지역 중 산지 그리고 복사냉각 효과가 잘 나타나는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1월에는 24절기 중 하나인 소한과 대한이 있는데, 소한은 지난 1월 6일로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하는 시기로 알려져 있으며, 대한은 1월 20일로 가장 추운 때로 알려져 있다. ‘대한이 소한 집에 왔다가 얼어 죽었다’ 또는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라는 속담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실제로 대한보다 소한이 더 추울까?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대구의 소한 무렵(1월 3일~1월 7일)의 평균기온은 0.6℃, 대한 무렵(1월 18일~1월 22일)의 평균기온은 0.4℃로 실체 큰 차이는 없었으며, 30년(1981~2010) 동안 소한이 대한보다 추웠던 적은 16번으로 추위에 대한 우위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실제로 소한이 대한보다 춥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온이 낮아서라기 보다는 사람의 실제 느끼는 온도인 체감온도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온이라도 소한은 추위가 시작되는 때이므로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 더욱 춥게 느껴지고, 대한은 이미 추위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라 상대적으로 소한의 추위보다는 덜 춥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 대구의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30년 평년기온 자료를 살펴보면, 연중 가장 추운 때는 대한 이후인 1월 23~28일로 최저기온은 -4℃, 평균기온 0℃ 정도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한파가 발생하면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저체온증과 수도관과 계량기 동파, 농축산물 냉해 등 우리 생활에 극심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파 특보가 발효되면 노약자나 질환자는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차가운 바람에 갑자기 노출되면 심장 질환, 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이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 특히 기온 변화가 심한 날씨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시설물과 농작물 관리 등에도 철저해야 한다. 각 가정의 수도 계량기나 보일러의 노출 배관은 보온 조치하고, 비닐하우스나 축사 내부는 단열재ㆍ보온재를 설치해 열 손실을 줄이도록 한다. 양식장 어류는 월동장으로 미리 이동시키면 동사를 방지할 수 있다.
1월의 막바지, 소한과 대한을 지나 한겨울 중반이 지나가고 있다. 한파 대비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기상정보를 늘 가까이해 남은 겨울을 건강하고 피해 없이 보내길 기대해 본다.

전준항

대구기상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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