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진북부본부장

최근 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가 큰 물의를 빚으며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예천군의회는 지난해 12월 미국과 캐나다 연수를 진행하던 중 한 의원이 가이드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한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탈로 규정, 지탄의 대상으로 삼는 것만으로 끝내기 어렵게 됐다. 가뜩이나 예천군의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1인당 442만 원, 총 6천188만 원의 혈세로 이뤄진 외유성 여행이라는 점이 대비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국민의 공분을 산 이번 사태를 두고 대다수 국민들은 혈세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지방의회의 해외연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지방의회가 과연 그동안 연륜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고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해온 것인가에도 회의를 갖게 만든다.
지난 11일 이번 사태와 관련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전국의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지방의원 해외연수 전면 금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0.4%가 찬성했고 반대는 26.3%에 그쳤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싸늘한 민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로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3일 ‘지방의회 의원 공무국외 여행규칙(표준안)’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서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선안은 공무국외 여행 심사위원장을 지방의원이 아닌 민간위원이 맡도록 하고 심사 기간을 확대토록 했다. 또 국외 연수 계획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연수 결과를 지방의회 본회의 또는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게 하고 부당한 공무국외 여행에 대해서는 비용을 환수 조치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개선 방안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태가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지방의회 개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방의회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을 만큼 지방의회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번 예천군의회 사태는 지방의회의 민낯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생 현장과 가장 근접해 있는 기초의회가 민심을 어루만지기보다는 좌절과 분노를 안긴 이번 사태가 비단 예천군의회만의 특별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이 든다. 이번 사태는 지방의원들이 자기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질과 공인의식을 갖고 있는가? 이런 원초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직분에 대한 일말의 성찰도, 공무(公務)와 공금(公金)에 대한 어떤 분별도 찾아볼 수 없다. 사태의 심각성이 여기에 있다.
이런 의회가 과연 집행부의 독주를 적절하게 견제ㆍ감시하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주민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사태가 그 답을 한 셈이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그 치부가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른다. 안팎의 주시를 받게 됐고 성찰과 변화의 과정을 거쳐 갈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다.
지난 1995년 민선 자치가 시작된 후 20년이 지났다. 지방자치가 유년기를 지나 뿌리를 내려야 할 때 이런 사태가 발생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
지방의회의 중요한 기능은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이다. 특히 집행부와의 조화로운 견제와 균형 속에 주민의 권익과 복리를 증진해야 한다. 의회는 대의의 큰 틀에서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며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위해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항상 주민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며 주민과 소통하는 의정 활동을 펼쳐 나가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일회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지방의회 개혁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황태진

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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