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가 아프다/ 네 마리 새끼가 하도 젖을 파먹어서 그런지/ 눈엔 눈물이 흐르고/ 까만 코가 푸석푸석 하얗게 말라붙어 있다/ 닭집에 가서 닭 내장을 얻어다 끓여도 주어보고/ 생선가게 아줌마한테 생선 대가리를 얻어다 끓여 줘 봐도/ 며칠째 잘 안 먹는다/ 부엌 바닥을 기어다니며/ 여기저기 똥을 싸 놓은 강아지들을 보면/ 낑낑낑 밍키를 보며 칭얼대는/ 네마리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나는 꼭 밍키의 남편 같다.
- 시집 『반성』(민음사, 2007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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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개를 치고 그냥 달아났다 해서 뺑소니로 취급받지는 않는다. 그 개가 현장에서 즉사해도 교통사고라 하지도 않으며,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당사자인 개들의 편에서 생각해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설령 무단횡단이라는 피해자 측 과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데 개는 개일 뿐이라는 논리 앞에선 대책이 없다. 이미 애견 인구가 엄청나게 불어난 상황이고 개에 대한 인식도 소유의 개념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되어 ‘애완’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 부른지 오래다.
개의 주인, 아니 개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처지에서는 이런 ‘개죽음’ 앞에서 그냥 태연할 수 없을 것이다. 반려견 등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동물 학대’라고 규정했다. 그 구체적 금지 행위에는 공개된 장소이거나 같은 개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것을 포함한다. 안락사에 대한 규정도 명시되어 있으며, 그밖에 학대행위 금지 조항도 있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동물 실험에 대한 법률’도 마련되어 있다. 불필요한 동물 실험을 줄이고, 지나친 고통을 유발하는 실험을 금지하자는 법안이다. 노벨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한 인간이 개와 우정을 맺는다는 것은 그 개를 잘 돌본다는 도덕적 의무를 지는 것”이라고 했다. 고의든 과실이든 개와의 우정을 배신하고 내버려 지는 개들이 늘고 있다. 오래전 유기견보호소에서 봉사를 했던 한 여학생이 체험 봉사 사례 공모전에 응모했던 글이 생각난다.
키우던 애완견을 버리는 이유에는 대략 몇 가지가 있다. 갑작스레 병이 생겨 목돈이 들어가는 등의 유지비 부담, 개털이 천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알레르기에 대한 우려, 이사를 하며 달라진 환경에서의 사육 부담, 처음엔 귀엽기만 하던 것이 커가면서 꼬락서니가 미워졌다는 이유, 수컷의 딸아이 발목을 붙들고 시도 없이 해대는 요상한 허그 행위 따위가 그것이다.
최근엔 경제적 부담으로 내다 버린 개들의 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정부가 반려동물 유기를 막기 위해 반려견 등록을 의무화한 지 5년이 넘었지만 등록 건수는 절반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토리를 입양한 것 또한 유기견 문제의 심각성 때문이다. 최근 동물보호단체의 유기견 안락사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이 시가 다시 생각났다. 빗나간 사랑으로 버림받은 유기견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한 인간의 내세가 밝을 리 없다. 시에서 ‘밍키’도 그저 측은지심 정도로 머물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시인의 ‘남편 같다’는 말이 아무런 저항 없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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