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71년 방글라데시의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한 다큐 소설이다. ‘비랑가나’는 원래 ‘용감한 영웅’이라는 의미의 단어로 전쟁 당시 파키스탄군에 억류됐던 여성들을 칭송하는 단어로 사용됐다.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방글라데시 정치 지도자, 세이크 무집이 독립 후 연설에서 ‘당신들은 우리들의 어머니, 용감한 비랑가나입니다’라고 칭송의 의미로 이야기했으나 대중들에게는 ‘창녀’의 의미로 사용됐다.
독립전쟁이 끝난 후 국가적 차원에서 이 비랑가나들의 결혼과 재활을 위한 사업을 실시했으나 그 어느 것도 비랑가나 개개인들에게는 성공적인 결과를 안겨주지 않았다.
결국 비랑가나 개개인들은 자신들이 비랑가나였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거나 혹은 비랑가나로 창녀가 되거나, 국가가 주도하는 재활사업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버티며 개인적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범들에게 사죄와 위자료를 받는다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비랑가나들은 그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쏟아낼 수 있는 회담,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끼리 살아낼 수 있는 연대와 전범재판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흥미에 맞게 부각되고 잊혀지는 일이 반복되며 결국은 잊혀지는 슬픈 운명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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