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독감에 이어 새해 들어 홍역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ㆍRespiratory Syncytial Virus) 등 호흡기 감염성 질병 확산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홍역은 2006년 세계보건기구(WHO)의 퇴치 인증기준을 충족시켜 그해 퇴치를 선언하고, 2014년 퇴치 인증을 받아 국내에서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수의 환자가 지역에 다시 나타났다.
대구시는 파티마병원에 근무하는 30대 간호사가 지난 7일 2군 법정전염병인 홍역에 걸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동구의 한 소아과를 방문한 영아 4명이 홍역에 걸려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하기도 했다.
또 8일에는 달서구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18명이 RSV에 감염돼 이중 11명이 현재 입원치료 중이다.
홍역은 후진국형 감염병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방 접종률이 99%에 달한 상황에서 여러 명이 걸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방역체계에 허점이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 두 가지 감염성 질환은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환자들이 찾는 병원과 갓 태어난 신생아와 산모들이 찾는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병원과 산후조리원이라는 두 질병의 발생 장소가 지닌 특성 때문에 감염자가 늘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병원감염’이 다시 확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감출 수 없다. 대구시는 홍역에 걸린 간호사와 접촉 가능성이 높은 병원 의료진 97명, 외래ㆍ입원환자 576명 등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염 루트를 철저히 추적해 어디서,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과도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지만 각급 병원, 노인요양원,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등 의료기관과 노인, 영유아 등 취약계층 집단 수용시설의 질병 차단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모든 국민이 홍역에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1차 접종 이후 2차 접종을 의무적으로 받지 않은 25~30세 연령대가 취약세대로 지목된다. 정부가 2차 접종을 의무화한 뒤의 젊은 세대는 항체가 많다고 한다. 또 알게 모르게 홍역을 앓고 지나간 35세 이후 세대도 위험성이 낮은 편이다. 서둘러 실태를 파악하고 취약세대 2차 접종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홍역은 급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염성이 매우 높다.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흔히 발생하는 후진국형 질병이다. 잠복기가 최대 21일인 점을 감안하면 설 연휴 한 주 전인 오는 28일까지가 확산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고비가 될 전망이다. 시민과 방역당국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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