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뉴스에서 공공용물 명칭 개정으로 1월7일부터 지하철 성당못역을 ‘서부정류장역’으로 명칭을 바꾼다는 보도를 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위치에 걸맞은 이름으로 돌아오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 지하철은 1997년 11월26일 1호선 1구간(중앙로역~진천역)이 개통됐다. 개통 당시 서부정류장 앞 역이름이 성당못역이라고 지정된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당못역의 명칭은 성당못과 거리상 어울리지 않아 생소하다 못해 생뚱맞은 느낌마저 들었다. 서부시외버스정류장 이전을 염두에 두었다면 관문시장역이나 서부역으로 명명했으면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서부정류장역은 주로 관문시장 이용객이 많이 출입한다. 특히 한군데밖에 없는 정류장 쪽 엘리베이터는 시외버스를 타기 위한 승객들과 시장을 보러 가는 사람들로 늘 복잡하다. 나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지공노(지하철 공짜 이용 노인)이다. 지하철은 나 같은 실버세대에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교통수단이다. 무임승차에다 교통체증 없이 빠르고 편리해서 좋다. 그날도 정원 15명인 엘리베이터에 승선하니 만원인 데다가 시장보는 짐수레까지 끌고 승선한 사람이 있어 비집고 서 있으려니 숨쉬기도 거북할 정도로 답답했다.
지하로 내려가 출입문이 열리니 지상으로 올라가려는 20여 명이 안에서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며 두 줄을 서 있어 그 사이를 빠져나가기도 거북했다. 먼저 타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을 밀치고 들어가는 얌체가 있는가 하면 정원이 초과하여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는데도 뒤늦게 밀고 들어온 사람 때문에 밀지 말라느니 빨리 내리라느니 시비도 가끔 벌어진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금줄을 쳐 놓은 때도 가끔 있다. 늘 만원으로 쉴 사이 없이 운행되다 보니 무리를 해서인지 고장도 잦다. 엘리베이터가 작동 중 고장이 나서 중도에 서거나 아니면 아래로 쏜살같이 내려가는 사고라도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되는 때도 있었다.
서부정류장역은 인근 송현역이나 대명역보다 이용객이 수십 배나 많은데도 지상으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가 1곳 밖에 없다. 인근 송현역은 엘리베이터가 양쪽에 2곳, 에스컬레이터가 양쪽으로 2곳이나 설치되어 있다. 어쩌다가 한 번씩 송현역을 이용하면 늘 한산하다. 형평성을 논할 성질은 아니지만 당초 설계자나 시행책임자의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안목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시에서는 서부정류장역 이용객을 위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추가로 하루속히 설치하여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여 주고 안전을 염려하는 기우가 더는 없도록 선처를 당부해 본다.

김정래

대구 달서구 구마로

전직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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