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국현논설실장


새해가 밝은지 어느덧 1주일. 예년 같으면 작심삼일이 되든 말든 너나없이 모두가 새로운 각오를 다질 때다. 그러나 세상이 답답해서인지 그 흔한 금연결심조차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지역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있다. 새해에 거는 희망도, 기대감도 실종된 듯하다. 서민경제가 어려운 불경기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대구ㆍ경북은 꿈을 잃어가고 있다. 무기력해져 가고 있다. 다수의 시ㆍ도민들은 자포자기 상태에서 불만만 커져가는 모습이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대구ㆍ경북이 외면받고 입지가 위축되면서 지역민들의 자존감도 비례해 상처를 입고 있다.
정치는 꿈을 줘야 한다. 중앙정치가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행정가이기도 하지만 표를 얻어 당선된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들은 시ㆍ도민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민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져줄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개혁이어도 좋고, 개발계획이어도 좋고, 복지여도 좋다. 위안을 주는 이벤트라도 괜찮다. 그 모두를 아우른 그랜드 디자인이면 더욱 좋다.
광역ㆍ기초 자치단체장들은 매년 연말과 연초 장밋빛 새로운 시정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한다. 그러나 시ㆍ도민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3일 시무식에서 “공직자들이 지난해 열심히 했으나 도민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폐청산의 큰 흐름에 휩쓸려 무엇 하나 제대로 되어가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내륙의 수출기지로 자타가 공인해온 구미공단은 체감경기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구미상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BSI(경기 실사지수)는 68에 그쳤다. 내수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4년까지만 해도 가동률이 80%를 넘었으나 지난해 전반기엔 60% 초반대로 떨어졌다. 특히 50인 미만 소기업의 가동률은 39%에 머물러 심각성을 더했다.
대구 3공단에는 문을 닫는 제조업체가 늘고 있다. 곳곳에 공장 임대, 급매매 현수막이 나부낀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성서공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반해 대구지역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사실상 서울을 빼곤 전국 유일의 가격 상승지역이다. 집 없는 서민들을 괴롭히고, 새로 결혼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젊은 사람들을 좌절케 한다. 대구가 타지 투기꾼들의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 지 오래다.
대구경북 신공항은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말까지 새 공항 입지가 결정된다고 했지만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에서는 아직 ‘군공항만 옮겨야 한다’,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같이 옮겨야 한다’는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미 폐기된 것 같았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다시 들고나오는 형국이다. 중앙정부에서는 굳이 영남지역에 2개 거점 공항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여전히 품고 있는 듯하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끼리 떠들다 마는 우스운 꼴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은 공단 폐수 무방류 시스템이 가능한지 검증결과가 나올 때까지 논의 자체가 1년간 유보됐다.
대구시청사 이전도 지역사회 내 구 단위 지역 간 의견충돌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북구 산격동 구 경북도청사 자리의 활용을 싸고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확정된 대구법원ㆍ검찰 청사 이전은 아직 시간은 남아있지만 후적지 상가경기 침체 등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그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지방이라도 상황이 다른 곳도 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성사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아 보인다. 지역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새해 시ㆍ도정 계획에는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그랜드 디자인을 그렸으면 한다. 그래서 지역민들이 새로운 꿈을 가지게 해야 한다. 지역발전의 새로운 각오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지국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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