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분위기가 위축되지 않고좋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도록경제정책을 이념에서 효율로 바꿔야

희망찬 기해(己亥) 아침이 밝았다. 기해년은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36번째고, ‘기’는 오행에서 ‘황’으로 ‘노란 돼지띠의 해’며 60년 만이다. 역술인들은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서 비교적 안정적 재물이 들어온다’며 재물 운세를 점친다.
새해 정국 기상도는 그리 밝지 않다는 예보고 보면 격동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한반도 평화 이슈와 민생·경제 현안, 총선 준비와 선거구제 문제, 정계 개편 가능성까지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를 뒤흔들 매개 변수가 즐비해서다.
교수신문은 지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꼽았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며 필자도 즐겨 쓰는 말이다. 논어 제8편 태백(泰佰)에 나오는 고사다.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가 말한 “선비는 마음가짐이 넓고 너그러워야 하며 의지가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선비의 소임과 의무에서 유래되었다.
설문에 참여한 교수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 과제를 중단 없이 마무리해 달라는 당부와 구태의연한 행태를 답습하는 여당과 정부 관료들의 무능과 안일한 행태에 대한 지적을 함께 포함한 듯 보인다.
어느덧 문재인 정부도 3년 차로 접어들었다. 신년 국정 기조의 키워드는 ‘체감과 성과’ 두 가지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과연 될까 하는 미심쩍은 분위기다. 지난해 설익은 선심성 정책의 남발로 꽤 혼란스러웠고, 먹고 살기가 매우 힘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일국의 흥망성쇠(興亡盛衰)는 ‘정책’이 좌우한다.
그중에서도 ‘안보와 분배’가 핵심이다. 안보는 죽느냐 사느냐의 핵이며, 평화는 중하고 갈망해도 튼튼한 안보위에서만 가능하다. 평양을 향해 신호등도 무시한 채 너무 과속으로 달려가는 것 같다. 아무리 급해도 동맹국들과 긴밀한 협조 속에서 차분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 혹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우(愚)나 범하지나 않을까 걱정해서다.
분배는 경제다. 경제가 파탄의 늪에 빠진다면 이는 무용지물이다. 경제는 말만 하면 나오는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파이 키울 생각보단 나누기에만 급급해한다는 지적들이다. 막 쓰고 퍼주다 보면 곡간의 양식은 금방 동이 난다. 잘살던 남미국가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몰락, 국민들 신음이 왠지 가깝게 들린다. 공짜를 좋아하면 결국은 이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제반 여건도 녹록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인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은 역대 최저치로 낮아지고 있어 문 대통령께서도 구랍 10일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을 기록할 거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고, 고용률 회복도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속수무책 간다니 공멸할까 우려된다.
최저임금도 그렇다. 올해부터는 시급 8천350원으로 10.9%의 상승에다 ‘주휴수당’까지 겹쳐 소상공인들은 아우성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고용수요 하락을 부르는 첫 요인이다. 빈부 격차를 줄이려고 최저임금을 올렸더니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 가난한 사람만 더 가난해졌고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일자리가 분배다. 고용도 양극화 수준도 11년 만에 최악이란 수치는 통계청이 발표한 처참한 성적표다. 이쯤 되면 정책 실패다.
우리의 미래를 가장 어둡게 하는 ‘저출산 문제’가 올해에도 온 국민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필자가 본지(지난해 8월 16일 자)를 통해 지적한 바 있고, 나름의 대책을 피력하였기에 지면상 부연치 않겠다. 최우선 정책과제다.
경제정책이 ‘이념에서 효율’로 먼저 바뀌어야 한다. 적폐 청산도 재벌개혁도 좋으나 ‘정확한 기준과 범위’로 기업 분위기가 더 이상 위축되지 않아야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 세금 폭탄도 무섭고 질린다. 다 정책 탓이다. 적재적소의 탕평인사, 정부를 포획한 듯 설치는 불법 노조 행위의 근절 등도 새해 소망이다. 그래야 국운이 번성한다.
부디 국민 전체가 하나 되어 안락정토(安樂淨土-마음이 편안하고, 즐겁고, 청정한 세상)를 구현해 내는 원년이 되길 기원해 본다. 상념(想念)에 잠기는 정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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