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은퇴 후 스스로 정해 둔 생활신조 세 가지(걷고, 웃고, 읽는 것)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밥만 먹으면 걷고 사람들을 만나면 웃는다. 그리고 밤중에 자다가도 깨면 책을 읽는다. 읽으니까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 쓰는 일이다. 내가 존경하는 철학자 러셀은 99세로 숨진 날 아침에도 3천 자를 썼다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은 전 포항공대 명예교수이며 시인이자 수필가인 지은이 김원중이 필생의 작품을 수필집으로 엮은 것으로 노교수가 80여 년 인생에서 맺은 아름다운 인연을 회고하는 글이다. 무엇보다 지은이는 조건 없이 남을 돕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했다. 도움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닌 그냥, 돕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어떤 힘, 또는 더 큰 마음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년의 삶을 살고 있는 노교수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인연을 소중히 여기라는 잠언이 이 책에 담겨있다. 저자는 어릴 때 소년 가장으로 중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지는 역경을 한결같이 걷고 웃고 읽으며 세상을 버텨왔다. 후유증으로 한 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지만 한 손으로 세상을 버티는 해학의 내용이 담긴 에세이다. 김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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